40대, 아이돌이 서는 무대에 출연할 수 있는 나이

7. 연말 시상 무대에 서게 되다니!

by 위듀

오디션에 합격하고, 스페셜 앨범에 코러스로 녹음을 하고, 그 앨범이 발매되어 최애 밴드 CD에 이름이 기록되고, 콘서트 무대에 서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칠 정도로 행복한 순간들이었는데, 그 뒤로 너무나 즐겁게 LIVE 공연을 즐기게 된 것만으로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만 같았는데, 그 해 연말 모 회사가 주최하는 음악프로그램 시상식에 최애 밴드의 무대를 같이 서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아마도 내 이야기를 지금 이 글로 연달아 보게 되신 분들은 이렇게 드라마틱한 덕질의 이야기가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와서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나야말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렇게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심지어 이런 생각을 할 새도 없이 계속해서 새로운 일들이 연달아 현실로 마주하게 되다니. 나야말로 정말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11월 연말 시상무대에 같이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무대에 서기 이전에 필수로 들어야 하는 안전교육도 듣고, 개인정보 서약서도 작성하며 새로운 경험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큰 무대에 서는 일이다 보니 전날 리허설도 하게 되었는데, 회사에서의 중요한 일정은 일찌감치 신경쓰이지 않게 마무리를 해 놓은 터라 설레는 발걸음으로 리허설 현장을 찾았다.


연말 시상무대이다 보니 모든 것은 보안 투성이였고, 도대체 어떤 곡을 우리가 같이 하게 되는지도 모르고 리허설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자우림 노래 중에서도 같이 떼창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 4곡을 연달아 부르는 자리였고, 짧지 않은 시간으로 무대를 채우게 되었는데, 역시나 거의 처음 보는 사이나 마찬가지였던 팬들은 어색한 모습으로 그저 차렷자세를 한 차례로 가사를 틀리지 않으려고 애를 쓸 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는 안 되었다. 최애 밴드의 무대를 이렇게 밍숭맹숭하게 시상 무대에 올릴수는 없는 터였다. 약 30여 명의 떼창 코러스로 무대에 오르게 된 팬분들 앞에서 그리고 리허설 무대를 진두지휘하던 스탭 분께 (아마도 PD분 또는 무대감독 정도 되지 않으셨을까 싶다.) 부탁드렸다. 저에게 딱 10분만 달라고, 그러면 정말 이 무대 지금보다 더 멋지게 만들어 보겠다고. 지금처럼 이 노래를 차렷자세로만 부를수는 없다고. 뒤이어 다른 아이돌 무대의 리허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짧지만 잠깐의 안무를 맞춰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고. 나는 다른 팬분들께도 동의를 구했던 것 같다. 이보다는 좀 더 멋지게 꾸며 보자고.


다행히도 다들 차렷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들을 하신 듯 싶고, 아무래도 여러 명이서 맞춰야 하는 안무다 보니 제일 기본적이지만 가사에도 어느 정도 맞춰 볼 수 있고, 또 같이 합을 맞추기에도 적당한 몇 가지 안무를 짜야 했는데, 다행히도 다들 열심히 맞춰 본 덕에 짧은 시간에 노래에 맞는 안무를 연습해 볼 수 있었다.


그 때만 해도 허락해 주신 스탭분께 감사한 마음이라는 생각이었는데, 다음 아티스트의 리허설을 위해 무대를 비워줘야 해서 무대 아래로 내려가려던 순간, 자우림 멤버 분들이 내 눈 앞에 서 계신 것을 보았다. 집중해서 짧은 시간에 안무를 짜 내고 맞춰보느라 전혀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멤버분들이 처음부터 우리를 지켜보고 게셨던 것이었다. 김윤아 님께서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걸어 오셔서 정말 심장이 고장나는 줄 알았는데, '도대체 뭐 하시는 분이세요?'라며 호기심 어린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나에게 질문을 하셨다. '네, 저는 그냥 회사다니는 직장인인데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춤을 좋아해요. 예전에 잠깐 응원단을 하긴 했었어요.'라며 횡설수설 답변을 했다.


무대에서 내려 온 뒤에도 복도에서 우리는 좌현, 우현 나눠 연습을 했는데 다같이 집중하며 더 쉽고 같이 하기 좋은 동작으로 개선해가며 최애 밴드의 무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디데이 당일! 자우림 멤버 분들은 무한정 대기하고 있던 우리를 응원하기 위해 찾았었고, 우리는 쩌렁쩌렁 화이팅을 외쳤던 것 같다.


무대 위 모습은 부끄럽지만 유튜브에 기록이 남아 있다. SNS와도 거리가 멀었던 내가 유튜브에 박제가 되다니. 살다보면 참 진귀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순간에 일어난다.


* P.S 그 날 보았던 아이돌들은 NCT, 아이브, 여아아이들이 있었던 것 같고, 더 많은 아이돌 분들이 있었는데, 나는 그저 나의 최애 밴드 무대에 집중하느라 다른 데에는 많이 신경을 못 썼던 것 같다. 다만, 무대를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여자아이들 멤버들과 복도에서 화이팅을 외쳤던 기억은 있다. 어디까지나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다음 아티스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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