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좋아하고 즐거워 하는 것 찾기
눈이 번쩍 띄어진다. 아침에 들리는 시끄러운 알람 소리도 듣기 좋다. 출근할 때 기분과는 정반대의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한다. 창문을 열고 라디오 볼륨을 올린다. 아주 소심하게 고개를 까닥까닥, 어깨도 덩달아 리듬을 맞춘다. 시원한 탄산을 한 모금 들이키며,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도 온몸으로 느껴진다.
직장생활과 아이를 키우면서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아이가 커 가고 손이 덜 가게 되면서 나만을 위한 공간, 시간이 필요했다. 직장생활을 오래 해 본 주위 사람들이 대부분 3~4년 차에, 매너리즘에 많이 빠진다고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예전에는 ‘설마 그럴까?’ 하는 마음이 컸었다.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언제나 내 인생의 비중을 더 차지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정대리가 아닌 정미숙을 찾고 싶었고, 엄마가 아닌 미숙 씨를 찾고 싶었다. 시간이 허락되는 한 오픈된 강좌는 다 들었다. 홈패션과 양장을 배울 땐 미싱,오바르크를 겁도 없이 덜컹 주문도 해버렸다. 그래야 계속할 듯싶었다. 아이 소품도 만들고, 내 옷도 만들었지만, 미싱 기계에 한 번 찔리고 난 후로 바늘이 무서워 그대로 방치 중이었다. 얼마 전부터 시어머니가 쓰고 계신다. 자수도 배웠지만 재미는 있었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서예도 마찬가지였다. 수영도 했지만, 접영을 배우다 힘들어 그만뒀다. 요가는 오래 배웠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는 몸풀기 정도로만 하고 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건 뭘까 싶어 다양한 것을 배웠지만 금방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재미가 없으니 가는 횟수가 줄면서 손을 놓아버렸다.
아들 친구 엄마들과 음악 수업을 듣다 우연한 기회에 아크릴 페인팅 작품전시회를 접하게 되었다. 작은 소품에 그려진 그림들은 화려하기도 하고 실용적이기도 했다.
벌써 10년째 토요일마다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 그곳에 가면 내 공간이 생긴다.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같은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이다. 그림 그리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색을 잘 쓴다.’‘배경색이 그림과 어우러졌다’ 등 그런 칭찬을 들을 때마다 꺼져가고 있던 내 안의 불꽃이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해줬다. 주중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좋은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너무 소중하게 다가온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이 행복, 이 즐거움을 위해 취미를 가지는 것은 잘한 일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들이 다르고 잘하는 것들도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것들을 취미로 만들어 자주 하다 보면 살아가면서 즐거움을 자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다음번에 그릴 그림을 생각한다. 하얀 캔버스 위에 색들을 쌓아 올리고, 여러 색이 어울려져 멋진 작품이 탄생한다.
그 시간 그 공간 속에 들어오면 앞으로 나아가는 한 발 한 발이 조금은 덜어졌다. 각박한 세상 속 내 행복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즐거운 순간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에서 오는 기쁨이 내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다.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동 매거진 입니다.
여섯 멤버들의 '희로애락애오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