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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Mar 25. 2021

자발적 퇴사 일기:나의 공간

자발적 퇴사를 결심하고 얻은 공유 오피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구성원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이 부여되고 주어지는 직무를 수행해야 그 조직이 원활히 돌아가는데 그것이 말처럼 쉬웠으면 우리가 사는 이 공동체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각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역할에서 어떤 직무를 수행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없을때 조직 구성원간의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다행히 구성원간의 신뢰나 호흡이 맞으면 그나마 시스템적으로 미흡하다 할 지라도 유지되기는 하겠지만 그것도 그 구성원 누군가가 빠지게 되면 아비규환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 경험으로 인해 내가 조금은 나은 조직을 만들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새로운 곳에서 시작해 보지만 어김 없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진다. 


 이번 경우에도 그렇다. 더욱이 나이가 들어가고 어느새 후배들이 늘어나면서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고 그동안 나의 무지함과 비겁함으로 인해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답을 내지 못한건가에 대한 회한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 후배가 던지고 간  ' 이런 구조는 바뀌지 않을 거예요'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내가 5~6년전부터 고민해왔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 친구의 한 마디로 인해 내가 조직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회의가 오기 시작했다.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겠다. 갱년기라서 그리 쉽게 눈물이 나는 건지, 아니면 후배가 내 마음을 대신해서 말해주어 그런건지 모르겠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는 이제 더 이상 여기 머물지 말고 조직 구성원을 떠나서 살아보자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심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참 많고. 지금도 진행중이기는 하다. 그러나 자발적 퇴사자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 비자발적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그리 큰 의미가 없지만 자기 고민이 많았기에 더욱 내적 성장이 요구되어지는 상황인것 같다. 그래서 우선은 도서관을 다니면서 책과 논문을 보면서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집 주변 도서관을 찾았다. 그러나 도서관은 노트북을 마음껏 활용하기에는 조금 민망했다. 키보드를 두드리고 마우스를 움직이면서 나는 소리가 꽤나 거슬리는 소리가 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졌다. 직장 다닐때의 공간이 그립기도 했다. 아침마다 갈 곳이 있다는 것이 이리도 생활의 활력이 된다는 것이 왠지 씁쓸해졌다. 공간이 주는 영향이 무척 강했다. 그럼 나도 나만의 공간이 필요해졌다. 집에서는 공간을 만들 곳이 없었고 다른 곳을 알아봐야 했다. 요즘 뜨고 있는 공유오피스를 알아보았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의 재택 근무가 늘어나고 학교나 도서관등이 문을 닫으면서 스터디 카페나 공유오피스가 많이 생겨났다. 특히 온라인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상품을 사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진 사람들이 늘어 나게 되고 이런 요구를 반영한 공유 오피스가 요즘 대세이다. 또 커피숍등에 가서 업무를 위한 미팅을 하기 어렵게 되다 보니 회의실을 갖추고 있는 공유오피스는 더 없이 업무 보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코로나 시대를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집 주변의 스터디 카페와 공유 오피스를 찾아보기로 했다. 스터디 카페도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공부가 주 목적이기때문에 노트북 사용하는것과 통화하는 것에 약간 부담감이 생겼다. 특히나 공부를 하는 분들이기에 소음이 발생하는 상황을 만드는게 내 자신이 조심스러워졌다. 공유오피스도 시간당 사용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무보증에 한달 사용료를 내는 형태였다. 프렌차이즈 형태로 역주변에 위치해 있고 내부 인테리어도 카페형태로 운영되기도 한다. 주로 1인실, 2인실, 3~6인실등으로 사용가능하고 창가쪽이냐, 아니냐에 따라 가격이 3만원~5만원이상 차이가 난다. 1인실이라해도 무보증에 20~35만원까지 그 차이가 많이 났다. 나는 굳이 창가가 아니어도 되고 쇼핑몰을 운영할 것도 아니기 때문에 화려한 카페형태나 사진 찍는 곳이 필요하지 않았기에 사무공간만 사용 가능한 곳으로 알아보았다. 


다행히 문을 연지 얼마 안된 공유오피스를 찾게 되었다. 전화로 문의 했더니 이 주변에 공유오피스중 가장 저렴할 것이라고 오면은 개원 기념으로 19만원으로 입주 할 수 있다고 하셔서 이곳으로 결정했다. 주변에서는 웬만한 스터디 카페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우선은 이곳에 입주해서 나의 미래를 그려보기로 했다. 쉽지 않지만 찰스핸디가 지은 코끼리와 벼룩을 보면서 거대 조직에 기대지 않고 독립생활자로 단단히 살아가는 법을 오늘부터 배우고자 한다.

자발적퇴사자의 업무 공간(공유오피스 1인실)

#퇴사   #공유오피스  #1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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