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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Mar 26. 2021

자발적 퇴사 일기:출근

네발에서 두발로 출근

 언제나 아침이면 차 키를 찾아 허둥지둥 지하 주차장을 헤매고 다녔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주차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원망하면서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왔다 갔다를 몇번 반복하면서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와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직장이 그리 먼 것도 아니고 교통이 불편한 것도 아닌데 나는 현관문을 나서면서 잠시 고민하다가도 차키를 챙기면서  '이따 혹시 외근 있을지 몰라' 라고 나 자신에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면서 출근 길에 오르곤 했다. 


 솔직히 회사까지는 교통편이 나쁘지 않아서 환승을 해도 40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고 외근때 차는 회사차가 있기때문에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래도 출근과 퇴근시간에 차안에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나는 좋았다. 차안에서는 시골에 계신 친정 엄마나 여동생과 통화하기도 하고 오늘 할일도 생각하는 것이 좋았다. 하루중 유일하게 갖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어서 좋았나 보다.


 한달전에 퇴사 표시를 해야 회사도 사람을 뽑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에 2월말로 사표를 제출했다. 조직내 여러가지 상황으로 중간 실무자가 그만둠으로 인해 약간의 업무 변동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고 본부를 넘나드는 업무 분장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남아 있는 휴가를 14일 동안 보내고 3월말 퇴사하게 되었다. 정말 아무 준비 없이 퇴사를 하게 되었고 사표를 내고 난 이후에 이것이 정말 잘 한 일인가에 대해 나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었다. 그럼에도 잘한거다.


 벌써 중장년에 들어가는 나이가 되었고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나 조직원으로서의 나의 이름을 아는 이는 많으나 정작 조직을 떠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는데 불안감을 느꼈다. 그런 느낌은 직장을 옮길때 생겼던 '쉼'의 기간 동안 엄습해 오는 감정이었다. '일'이 없어 '소통'이 끊기고 '혼자'만의 세계로 좁아지는 것이 싫었다. 나는 '함께'가 좋고 '같이'가 좋다. 그래서 나는 '일'하고 싶었다. 꾸준히.....


 나는 65세가 넘어서도 일하고 싶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 세상과 소통은 다양한 방법이 있어 취미생활을 가꾸어 나가기도 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롭게 관계를 맺어가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위에 언니 오빠들과 밑에 후배들과 적어도 20년 이상 위아래로 아우르면서 살고 싶다. 어떤 세계로 나의 선배와 후배들을 초대할지 이제 정말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조금은 늦더라도 나만의 세계를 꾸며보리라 용기를 냈다. 그러면서 얻은 공간이 공유오피스였고 일부러 집에서 두블럭 떨어진 곳으로 정해서 출퇴근을 걸어서 하고자 했다. 퇴사전에는 출퇴근차가 유일한 나만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공유오피스가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공간으로 오늘은 두발로 걸어서 간다.



도보로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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