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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Mar 31. 2021

자발적 퇴사일기 : 관계정리

일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자발적 퇴사는 속사정이 어찌되었건 내가 '사표'를 제출하고 나온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고 나오냐고 말하지만 같이 근무하는 사람들은 나의 선택에 '응원'과 '부러움'의 반응을 보여줬다. 그 만큼 그들도 이 조직에서 견디기 어려운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생계를 쉽게 포기하기 쉽지 않고 밖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이 직장의 처우가 동종 업계의 처우보다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그런 그들의 고민을 알기에 나도 또한 남아 있는 그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이러 저러한 상황을 바꾸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떠나는 사람이라는 부채의식이 있었다. 나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한다


새로 생기는 조직은 처음에 '미션'과 '비젼'에 동의하여 출발한다. 그러나 현실과 부딪히면서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조직원들은 그동안 그들이 경험해온 경력에 따라서 다양한 해결 방법을 제시한다. 그런 다양한 방법을 하나로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신생 조직일수록 앞에 놓여 있는 과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것을 놓치기 쉽다. 새로운 과업이 조직원들의 요구에 의해서 주어진 것이라면 원활히 수행되겠지만 그렇지 않고 외부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과업이라면 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많은 시행 착오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오해가 생기고 또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후배는 나에게 말하고 떠났다.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 누구 한명의 잘못은 아니지만 이 상황을 좀더 슬기롭고 각 구성원들이 주인이 되어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 나의 모자란 실력으로 이를 다 해결하기는 어렵지만 직장을 떠나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구성원들과 함께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실타래를 풀어나가고 싶어졌다. 그래서 복지경영을 본격적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퇴사를 결정하고 주어진 남은 휴가기간동안 이러저러한 생각을 정리하다가직장에 남아 있는 이들과는 일과의 관계를 정리하기로 했다. 내가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이들과 함께 일을 해 나가기에는 아직 이른것 같다. 그래서 같이 연구 하자는 제안을 조심스럽게 거절했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관계를 느슨하게 하려고 한다. 내가 조금은 여유있고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되었을때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오늘 3월 31일 회사 직원으로서 마직날!!!  

나는 오늘도 직원들과 함께 맛난 점심을 먹으면서 그들과 함께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그려본다.


자발적 퇴사에 있어 남아 있는 구성원들과의 관계는 내가 하기 나름인듯하다. 남아 있는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만들면 일의 관계에서 일상의 관계로 바뀌어 그들이 다가온다.... 그들이 모두 나의 든든한 지원군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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