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잠이 많은 그녀가 주말의 황금 같은 단잠을 포기하고
아침 일찍부터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사실 그렇게 이른 시간도 아니지만 해가 쨍쨍해질 때까지
이불과 한 몸으로 지내던 사람에게는 꽤 이른 시간입니다
뭘 하는지 비밀이라면서 알려주지 않는 그 사람 때문에
많은 기대와 약간의 답답한 마음으로
버스에 맡긴 몸은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나른한 날씨와 잔잔한 음악에 잠시 졸았다 눈을 뜨니
복잡하던 버스 안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내리고
덕분에 지나치지 않고 제대로 하차역에 내렸습니다
발을 내디딘 순간 살짝 강한 바람 한 자락이
앞머리를 흔들며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는데
그렇게 고개를 돌린 곳에는
핑크빛 세상이 흐드러지게 펼쳐져있었습니다
'아 꽃구경시켜주려 했구나'
그렇게 살랑이는 바람에 날아온 벚꽃잎을 바라보면서
작은 탄성을 뱉어내고 있는 순간
멀리서 열심히 손을 흔들며
바쁘게 걸어오는 그 사람이 보입니다
너무 오랜만의 진짜 같은 봄
벚꽃은 남의 속도 모르고 이쁘게 핀다고
원망하지 않아도 되는 봄
다 망해라는 욕을 하는 대신
너무 붙어 다닌다고 욕먹을 수 있는 봄
더 이상 가짜 같지 않고 진짜 같아 어색한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