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에서 살아남고 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
시간은 늘 앞만 바라본다. 발걸음처럼 일정하게, 멈춤 없이, 우리를 지나치고, 지나간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기억은 다르다. 기억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이미 지나간 하루의 빛과 그림자를, 만났던 사람과 스쳤던 말들, 그 모든 감각을 내 앞에 불러낸다. 어쩌면 기억만이 시간의 진짜 속도를 알게 해 준다.
나는 종종 과거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떠나게 되는 여행이다. 한낮의 햇살이 창문을 스치던 순간, 빗방울이 창틀에 부딪히던 날, 손끝에 남아 있던 차가운 금속의 감촉까지. 모두가 내 마음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그 순간, 나는 시간의 흐름 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기억 속을 자유롭게 떠도는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은 시간 속에서 더욱 특별하게 빛난다. 어떤 이는 우연처럼 내 삶에 들어와 금세 떠나고, 어떤 이는 예상치 못한 연결고리로 나를 붙잡는다. 그 모든 관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웃음과 갈등, 설렘과 긴장, 기쁨과 상실이 뒤엉켜 시간의 틈 사이에서 나를 흔든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재생이 아니다. 그것은 마음이 시간을 이해하고, 경험을 소화하며,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방식을 알려주는 심리적 장치다. 나는 지난날의 아쉬움 속에서도, 그 속에 남아 있는 감사와 의미를 발견한다. 스쳐간 사람들의 얼굴, 잊을 수 없던 말투, 함께 보낸 짧은 시간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나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시간은 앞으로만 흐른다. 하지만 기억 덕분에 나는 이미 지나간 날들을 다시 살아본다. 그 속에서 웃고, 후회하며, 다시 감사한다. 기억은 나에게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능력을 주고, 지나간 모든 순간의 무게와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쌓여, 내가 앞으로 마주할 날들에 기대와 설렘을 남긴다. 오늘도 나는 시간을 따라 걷지만, 동시에 기억 속을 거닌다. 시간은 결코 뒤를 돌아보지 않지만, 기억은 나를 과거로, 또 다른 나 자신으로 데려가며, 나에게 삶의 깊이와 의미를 일깨운다.
늘 7이라는 숫자에 묶여 사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인생이 7일 동안. 그리고 7일의 밤을 겪게 되면서 반복되는 쳇바퀴 속을 도는 작은 햄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였다. 일주일을 보며 살아가는 것이 나의 삶의 스케줄일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의 7일의 마지막 밤이 오기 전 나는 한남동의 어느 카페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글을 쓰고 있고 그렇게 7일의 어느 날이 지나가고 있다.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말했던 어느 철학자의 말은 맞았다. 요즘 나의 머릿속은 두 가지로 나눠져 있다. 행복과 불행.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철학자의 글귀가 떠올라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에디 디너의 말이었다. '행복은 외부조건 보다, 우리가 그 조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더 크게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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