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국적도 모를 외국인의 낙서를 기억하다
NEED MONEY FOR PORSCHE.
거리에 휘날리는 노랗게 물든 낙엽을 11월이 저물어가는 날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밟히는 빛바랜 노란 낙엽을 잔잔하게 즐기며 걷는 중에 어느 자동차에 써진 재밌는 낙서가 아니라고 느껴지는 차 주인장의 솔직한 재치가 나의 시선에 물들고 있었다. 사진기를 들고 이건 꼭 찍어야겠다며 스쳐가는 거리에서 잠시 혼자 웃음을 지으며 오늘의 사진으로 담았다. 이 차의 주인은 정말, 진심으로 포르셰가 갖고 싶다는 자신의 욕망을 이 거리를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표출하고 있었다.
외국인이었다. 국적은 모르는. 집으로 돌아와 내가 지워낸 사진 속 차 번호판이 그랬다. 나는 멋있다고 생각했다. 당당하게 갖고 싶은 걸 이야기할 줄 아는 사람. 나의 뇌는 누구인지도 모를 이 차의 주인장을 상상해보고 있었다.
어쩌면 독일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그럴 것만 같았다. 한센 뭐 비슷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상상력을 주는 차를 뒤로 하고 한강로에 위치한 매장에 일을 보러 가는 중이었다. 약속 시간보다 늘 일찍 도착하는 성격 덕분에 동네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며 이 동네만의 운치에 잠시 물들기로 했다.
왠지 국제시장이 생각나는 동네. 서울에서 나는 숙대입구를 그렇게 그리고 있다. 미국과 한국스럽고의 혼혈쯤 되는 동네. 낡았지만 힙한 곳. 요식업의 처절한 요충지. 단골 문화가 아직은 숨 쉬는 곳. 오랜만에 걷는 이 동네의 향기는 역시나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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