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하얀 고양이를 품을 수 없는 이유
" 이러지 마. 제발. 날 유혹하지 마. 부탁이야. 난 널 키워줄 수가 없어. 아가, 나는 나 하나로도 벅차거든."
비 오는 날, 집을 나서는 발끝에 와서 고개를 비비는 하얀 길고양이가 다가왔다. 유독 동네에는 거리의 고양이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정말 아무 말 없이 마음을 두드리는 존재 같은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거리 곧곧에 자신의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나는 너를 키워줄 수 없다는 말은 진심이었다. 이 말엔 미안함도, 애틋함도, 솔직함도 함께 담아 전하는 말이었다. 우리가 품을 수 있는 사랑의 크기가 한정되어 있을 때, 그걸 인정하는 일도 사실은 용기이니 말이다. 말은 안 통하는 존재 사이에 대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집에 식물 하나를 두지 않는 인간이다. 이 가련한 아이를 보살펴줄 수 있는 집사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진심을 전했다.
고양이도 나도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곳을 찾아가길 바라는 잠깐의 교차점 같은 순간. 그래서 더 마음에 남는 것이 뭉클함이었다. 젖은 털을 비비며 다가오는 이 녀석을 어떡하면 좋을까.
비 오는 날, 내 발끝에 와서 몸을 비비던 하얀 고양이가 일하는 내내 계속 떠올랐다. 나는 그 작은 체온 하나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서, 미안한 얼굴로 등을 돌렸다.
사람도 그렇다. 품어줄 수 있을 것처럼 다가와 놓고 정작 마음 한 줌 붙잡아 주기 버거운 순간이 오면 슬그머니 등을 보인 채 멀어져 간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가는 인연이면서도 상대에겐 전부였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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