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아래에 남은 계절

숨지 말라고, 떳떳하라고

by 구시안


숨지 말라고, 떳떳하라고 버린 우산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혹여나 하고 챙겨 나온 우산이 짐이 돼버리는 순간. 과학도 자연의 변덕은 따라가기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을 뿐이었다. 낙엽이 떨어지는 어느 공원에 앉아 발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절을 그렇게 오래 느꼈음에도 마치 계절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앉아 있었다. 괜한 우울함을 핑계 삼아 못 이긴 척 마신 술이 이른 출근길 아침을 괴롭게 하고 있었다. 그날 밤 희뿌연 하현달이 부릅뜨고 뚫어지게 세상을 비추고 있을 때까지 누군가와 나누던 대화는 기억나지 않았다. 이렇게 날씨가 좋아버리면 손에 들고 다니던 우산은 낯부끄러워 자꾸 얇은 코트 사이로 숨으려 했다. 그렇게 숨는 게 싫어 우산을 버렸다. 숨지 말라고. 떳떳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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