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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여섯 날이 내게 가르쳐준 것

포기와 불안의 자리를 천천히 비워내며 다시 걷기까지

by 구시안



어느 순간, 모든 걸 놓아 버릴 때 주어지는 자유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았다

그것은 잠시 허락된 자유였다.

언젠가 한 번쯤 반복됐던 것처럼.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새하얀 컨버스를 사 신었다. 서울에서 신었던 신발이 싫어져서였다. 한참을 손에 잘 익은 알루미늄 목발은 빗방울을 매달다 털어내기를 반복하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 장마에 한참을 고생 중이었다. 스쳐 가는 여름보다 빠르게 굳은 뼈마디는 다시 그렇게 내 발을 걷게 하고 있었다.



안개 자욱한 새벽. 차에 치어 죽은 고라니 같은 형태로 한참을 누워 있었다. 낯익은 불빛들과 불투명한 장막이 아스팔트에서 피어올랐다. 그해 여름이 남긴 것은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나가고 있는 여름은 아스팔트 안에도 무언가를 숨긴 듯 검고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전부를 할퀼 것만 같은 비가 내 몸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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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55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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