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와 불안의 자리를 천천히 비워내며 다시 걷기까지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새하얀 컨버스를 사 신었다. 서울에서 신었던 신발이 싫어져서였다. 한참을 손에 잘 익은 알루미늄 목발은 빗방울을 매달다 털어내기를 반복하는 서울이라는 도시 속 장마에 한참을 고생 중이었다. 스쳐 가는 여름보다 빠르게 굳은 뼈마디는 다시 그렇게 내 발을 걷게 하고 있었다.
안개 자욱한 새벽. 차에 치어 죽은 고라니 같은 형태로 한참을 누워 있었다. 낯익은 불빛들과 불투명한 장막이 아스팔트에서 피어올랐다. 그해 여름이 남긴 것은 내 마음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나가고 있는 여름은 아스팔트 안에도 무언가를 숨긴 듯 검고 무거워 보였다. 그리고 세상을 전부를 할퀼 것만 같은 비가 내 몸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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