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이름은 참 많다. 거리의 간판들, 잡지 사이사이, 사람들의 손목과 어깨 위, TV 속 광고에서까지 명품은 끊임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나는 명품에 크게 매료되어 살아온 적이 없다. 나에게 명품은 단지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하나의 세계관, 그 정도일 뿐이었다.
돈이 있다고 바로 살 수 있는 것은 ‘물건’이지, 그 물건이 상징하는 격이나 삶의 무게까지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명품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늘 내 취향에서 벗어나 본 적도 없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과 ‘철학’이기 때문이다.
셀린. 머리핀 하나에 61만 원쯤 하는 브랜드. 디자인하던 시절, 나는 이 브랜드를 유독 싫어했다.
그런데 퇴근하자 집 앞에 도착해 있던 택배를 뜯어보니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흰색 양말이 셀린 로고를 달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양말 값만 20만 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걸 선물한 친구에게 고마워해야 할지. 한숨부터 쉬어야 할지 잠시 혼란스러웠다.
요즘 발에 물집이 잡혀 조금만 걸어도 아픈데, 이 비싼 양말을 신고 하루 4만 보를 걸을 내 발을 떠올리니 감동보다는 힘겨움이 먼저 밀려왔다. 선물은 늘 그렇다. 절대 갖고 싶은 걸 주지 않는다. 나는 그냥 내가 피우는 담배 한 보루를 건네주는 사람을 말없이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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