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한편, 작은 캔들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 불빛을 오래 바라보다가 알았다. 나는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감정을 태우며 살아왔는지를. 감정은 초와 같다. 타오르며 빛을 내지만, 결국 자신을 깎아내며 꺼진다.
발밑에 흩어진 감정의 파편들은 늘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를 무시하며 살아왔다. 무던함이라는 이름으로, 어리석게도 자신을 태워온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감정노동자로 살아왔다. 버티고, 웃고, 참아내고, 그러나 매일 쌓이는 것은 커리어가 아니라 피로와 상처였다. 내 방탄복은 이미 낡아, 총알처럼 날아드는 감정들 앞에 쉽게 뚫렸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믿었지만, 시간은 아무것도 고치지 않았다. 그저 조금씩, 나를 더 닳게 만들 뿐이었다.
성취감은 순간이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이루는 즐거움은 달콤했지만, 그 안에서 나는 감정을 화폐처럼 소비하고 있었다. 한 달의 대가, 연봉의 이름으로 매겨진 내 마음. 그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누구나 어딘가에서 그렇게 살아간다. 하루의 끝에 남는 건, 그을린 나 자신뿐이었다.
나는 예민하다. 세상은 시끄럽고, 예측 불가능하며 사람들은 얼굴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나는 그 얼굴들을 읽는다. 행동과 단어, 숨은 의도를 해석하다가 쉽게 지친다. 쉽게 상처받고, 쉽게 흔들린다. 그럼에도 타인을 챙기며 하루를 버틴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 그것이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결국 나는 쉽게 넘기지 못하는 사람이다. 거울 속 나는 언제나 곤두선 채 세상을 바라본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내 안에서 긴장을 만들고, 내 마음을 곤두서게 하는가. 가끔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싶다. 멀리 떠나고 싶고, 몇 달쯤 일을 내려놓고 싶다. 하지만 돌아오면 모든 건 제자리이고, 반복된다.
이유 없는 불면, 생각의 고리가 나를 조여 온다.
먼지는 털어도 쌓인다. 요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득과 실을 따지며 하루를 마친다. 무기력해도, 지쳐도, 나는 일을 놓지 않았다. 매일 출근하고, 버티고, 퇴근했다. 일하고 행복하니까 괜찮다며, 그렇게 스스로를 세뇌하고, 위로하며 버텼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스스로를 바꾸려 애썼던 시간들이 가장 힘들었다는 것을. 예고 없는 사건들은 언제나 삶의 이름으로 찾아오고, 나는 그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왔다. 혼자를 선택한 사람은, 그 선택을 푸념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외롭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않으며,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쓴다. 나를 위한 시간, 나를 위한 문장.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예측할 수 없으며 사람들은 여전히 얼굴마다 다른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세상에는 나와 닮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는 각자의 초로 타오른다.
감정노동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불빛이 나를 다 태워버리기 전에.
깊어가는 밤, 커피 한 잔 앞에서 이 감정의 소비가 누구를 위한 노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기록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늘의 피로는 노동이 아니라 삶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조용히, 그러나 묵묵히, 내 마음의 초 하나를 켠 채, 스스로를 태우면서도 빛을 내는 존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