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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서 마침내 자유로운

완벽을 내려놓는 순간, 삶은 현재가 된다

by 구시안


우리는 오랫동안 완벽을 배웠다.

흠 없는 답안지, 흔들림 없는 태도, 단정한 삶의 궤적. 완벽은 언제나 미덕의 얼굴을 하고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것은 성공의 다른 이름이었고, 존중받기 위한 조건이었으며, 사랑받기 위한 최소한의 자격처럼 여겨졌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을 다듬고 또 다듬으며, 마치 하나의 작품이 되기라도 하듯 결점을 지워나갔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완벽에 가까워질수록 삶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숨이 가빠졌고, 마음은 점점 조여 왔다.



완벽함이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기준이었고, 도달했다고 느끼는 순간조차 더 높은 기준으로 밀려나는 신기루였다. 완벽을 향해 걷는 길에서 우리는 자주 멈춰 서서 자신을 의심했다. 아직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직 모자라다는 핑계로, 삶을 유예했다. “좀 더 나아지면”, “조금만 더 준비되면”이라는 말은 언제나 현재를 밀어내는 가장 정중한 변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깨닫는다. 완벽은 삶을 완성시키는 조건이 아니라, 삶을 미루는 장치였다는 사실을.



완벽하려는 욕망은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우리를 현재로부터 분리시킨다. 지금의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전제가 깔린 채로, 삶은 늘 미래형으로만 존재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 속에서만 자신을 허락한다. 그곳엔 현재를 묻고 있는 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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