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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중요한 것은 빠른가?

시간이 가르쳐 준 진짜 가치

by 구시안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서두르게 되었을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하루는 이미 늦은 것처럼 시작된다. 답장을 미루면 무책임해 보이고, 결정이 느리면 뒤처진 사람처럼 느껴진다. 세상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왜 아직이야?”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에 길들여진 채 살아간다.



그러나 삶을 조금만 오래 살아보면 알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늘 속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그것을 알고 있지만, 현실세계에서 천천히라는 것은 하루의 일과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랑도 빠르게 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을 진짜로 이해하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침묵과 오해, 그리고 시간을 필요로 한다. 처음엔 설렘이 전부인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그 사람의 말투, 기다림의 방식, 화가 났을 때의 눈빛이 보인다. 중요한 사랑은 늘 늦게 도착한다. 그래서 쉽게 떠나지 않는다.



성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단단해지지 않는다.

실패를 반복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죄책감이라는 양분을 먹으며 같은 질문을 수없이 되묻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자란다. 겉으로 보기엔 제자리걸음처럼 보이지만, 내면에서는 매일 미세한 이동이 일어난다. 중요한 변화는 언제나 눈에 띄지 않게 진행된다.



심리적으로 보면, 인간이 속도에 집착하는 이유는 망할 놈의 불안 때문이다.

버릴 수도 없앨 수도 없는 신이 사람 모두에게 선사한 선물. 신은 지독하다. 빨리 결정하면 틀릴 가능성이 줄어들 것 같고, 빨리 도착하면 상처를 덜 받을 것 같기 때문에 서두르게 된 사람들. 그 안에 불안이라는 씨앗은 열매를 맺고 그것을 먹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급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빠른 선택은 종종 더 큰 후회를 낳는다. 충분히 느끼지 않은 감정은 언젠가 다시 우리를 찾아온다. 미처 슬퍼하지 못한 슬픔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철학은 오래전부터 속도를 경계해 왔다. 사유는 본래 느리다.

한 생각이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기까지에는 멈춤이 필요하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는 침묵이 있어야 한다. 너무 빠르게 결론에 도달하면, 우리는 질문을 잃는다. 그리고 질문을 잃은 삶은 방향을 잃기 쉽다.



인생을 살아가며 결국 보게 되는 것들이 있다.

빨리 성공한 사람보다 오래 버틴 사람이 남는다는 것. 많은 말을 한 사람보다 끝내 지켜본 사람이 깊어진다는 것. 즉각적인 기쁨보다 늦게 오는 평온이 더 오래간다는 것. 알고는 있지만, 먹고살기 바쁘다는 이유에 핑계 아닌 핑계는 일상 속 드리워지는 그림자처럼 무겁게 생각을 덮어버리고는 한다.



우리는 젊을 때 ‘빠름’을 능력이라 믿는다. 그렇게 배웠다. 적어도 나와 같은 세대 7080들은.

어쩌면 그 이후의 태생들도 구전동화처럼 전해 내려 오는 빠름이라는 것을 유전적으로든 어떠한 방식으로 물려받고 보며 자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진짜 능력은 기다릴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쉽게 판단하지 않고, 쉽게 단정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힘 말이다. 우리는 이런 것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고에서 배우게 된다. 정말 중요한 것들은 늘 우리에게 시간을 요구한다.



시간을 내주지 않으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것들은 조용하고, 느리고, 자주 놓친다. 혹시 지금 당신이 느리다고 느껴진다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조급하다면, 그 속도는 어쩌면 잘못이 아니라 증거일지도 모른다.



당신이 중요한 것들 곁에 서 있다는 증거.

그러니 가끔은 이렇게 물어도 좋겠다.
“정말 중요한 것은 빠른가?”

그 질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설 수 있다면, 이미 우리는 삶에서 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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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감정과 쉽게 합의된 문장들 사이를 기록합니다. 빠른 공감보다 오래 남는 문장을 쓰고자 합니다. 내면을 중요시 여기며 글을 씁니다. 브런치 60일째 거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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