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창에 기대어
비행기의 창은 또 하나의 눈이 되고 있었다.
인간의 눈이기 전에, 기억의 눈이고, 예감의 눈이다. 해가 낮아진 골목 끝을 지나 거닐다 보면 내 그림자가 먼저 집으로 가고 있는 그 모양처럼. 아직은 등을 돌리고 등 푸른 모습만을 비추고 있는 달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어도 움직이는 큰 새를 타고 하늘을 나는 순간을 기억해 두려 애쓴다. 나는 그냥 창에 이마를 기댄다.
주머니 속에서 서로 부딪히며 작은 방울 소리를 내는 동전들이 소곤거렸다.
익숙한 가로등이 보일 거라고. 이제는 괜찮을 거라고. 창에 다시 익숙한 밤을 대신 켜 두고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른다. 돌아가는 길은 어디로 가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는지에 가까워서 하늘이든 땅이든 발걸음은 무겁지만, 마음은 조금 집에 먼저 도착해 있다.
저 투명한 막 너머로 등 푸른 달이 떠 있다.
달은 늘 백색이라 배웠으나, 오늘의 달은 바다처럼 푸르고, 피처럼 강렬하다. 고요와 격정이 동시에 응결된 색. 마치 이름 붙이기 이전의 감정처럼, 언어가 닿기 전의 빛처럼. 붉다가 푸르게 날이 서 가는 깊어가는 밤이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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