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역활을 입다. 멈추지 않는 하루와 사람의 숲을 지나
창밖의 추위는 세상이 잠시 멈추라고 말하는 신호 같다. 멈추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이유를 묻는 순간 이미 늦어버린 그런 신호. 나는 옷을 벗어던지고 아직 난방이 덜 된 방 한가운데 서서, 퇴근길 손의 온기로 버티고 있던 커피가 식어가는 속도를 바라본다. 시간은 언제나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 나를 압박한다.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조차 노동처럼 느껴질 때, 추위는 오히려 정직하다. 살아 있다는 감각을 속이지 않기 때문이다. 몸은 움츠러들고, 생각은 더 깊은 곳으로 떨어진다. 바닥에 흘린 생각들 위로 신발을 신은 채 걸어 다니는 기분. 이게 오늘의 나다.
거리의 나무들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 침묵은 웅변에 가깝다. 잎을 잃은 가지들이 허공에 글자를 쓰듯 흔들린다. 나는 그 문장을 끝까지 읽지 못한다. 인간은 늘 그렇다. 의미를 갈망하면서도 끝까지 감당할 용기는 없다. 선택은 자유라고 배웠지만, 자유는 늘 책임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 추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한다. 이 몸, 이 생각, 이 불완전한 의식이 바로 나라는 감옥이자 유일한 집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차가운 공기 속에는 이상한 관능이 있다. 폐 깊숙이 들어오는 공기가 나를 새로 쓰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실수들, 부끄러움들, 의미 없이 흘려보낸 수많은 오후들을 모두 끌어안고 걷는다. 사람들, 지하철역 플랫폼, 불빛이 깜빡이는 편의점, 모든 것이 나와 같은 리듬으로 떨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고독을 코트 안에 숨긴 채 같은 길을 공유한다. 이름도 모르는 타인의 숨결이 이 도시를 살아 있게 만든다. 그것은 위대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시처럼 포장되지 않아도 충분히 위대하다.
나는 생각한다. 삶은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정리되지 않은 문장, 미완의 질문, 대답 없는 밤들이 우리를 앞으로 밀어낸다고. 추위는 말한다. 지금 여기에서 느껴라, 도망치지 말고. 그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도 여전히 불안하겠지만, 오늘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세상이 잠시 멈춘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 속에서, 사실은 내가 나에게 도착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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