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 Cube : 정육면체

사각형에 갇혀 있는 가벼운 입

by 구시안

사람들은 매일 정육면체 속을 걷는다. 지구가 둥글다고 뭐든 둥글지는 않다. 벽은 투명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니다. 빛은 들어오지만 모서리에 부딪히면 왜곡되고, 그림자는 늘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나는 종종 그 큐브 속을 떠도는 사람들을 본다. 그들은 서로를 평가한다. 평가라는 것은 단순한 판단이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를 작게 만들고, 또 다른 존재를 무겁게 짓누르는 힘이다. 그 얼마나 상냥하고 편리하며 가벼운 입들인가.


어제 나는 큐브 한쪽 구석에서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손끝을 보고 속삭였고, 눈빛으로 가늠했다. “그는 유능한가, 아니면 쓸모없는가?” 그러나 그는 정작 자신이 무엇을 쓰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듯했다. 내 눈에 그의 글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아니, 의미는 있으되, 의미를 향한 의지가 이미 사회의 잣대로 눌려 있었다.


누군가는 소리쳤다. “저 사람은 실패자야!” 또 다른 사람은 그의 옷차림을 흘끔 보며 중얼거렸다. “적절하지 않아. 촌스러워.”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잣대를 들고 서로를 측정한다. 그 잣대는 투명하지 않고, 때로는 큐브 자체보다 더 좁고 단단하다. 나는 이 잣대를 만든 자들이 누군지, 그것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생각했다. 아마도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세상 모든 큐브의 중심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다. 사람들은 그 권력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고, 때로는 그 권력의 그림자에 기대어 안도한다. 어떤 이는 모서리 근처에서 떨고 있고, 어떤 이는 벽에 등을 붙이고 자신의 그림자가 다른 사람의 그림자 위에 겹쳐지기를 기다린다. 모두가 서로를 평가하며, 모두가 자신도 평가받는 존재임을 안다. 그러나 진짜 두려움은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존재 자체가 무시되는 것이다.


나는 그 큐브를 떠돌며 생각했다. 만약 누군가가 평가를 멈춘다면, 그 즉시 큐브의 모든 벽이 흔들릴까? 아니면 오히려 사람들은 자신만의 작은 모서리 속으로 더 깊이 숨을까? 아마도 그 둘 다일 것이다. 사회는 평가를 통해 구조를 만들지만, 동시에 평가로 인해 숨은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덕적 판단과 심리적 불안을 쌓아간다.


나는 그 큐브 안에서 나 자신을 마주했다. 나는 누구를 평가했고, 누구에게 평가받고 있었는가? 나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잣대를 들고, 다른 사람의 존재를 재단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순간 나는 벽을 뚫고 나가고 싶었지만, 큐브는 나를 쉽게 내보내지 않았다. 모서리에 부딪히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를 측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았다. 큐브 속의 사람들은 사실 단 한 번도 서로를 온전히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그저 투명하지만 부서진 벽 사이로, 희미한 존재를 감각적으로 평가할 뿐이다. 평가는 언제나 완전하지 않고, 그래서 잔인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잔인함 속에서 안도한다. 안도 속에서 자신을 정당화한다.


큐브는 영화 속의 소재가 아니다. 단순한 공간이 아니니까. 그것은 사회이며, 인간 평가의 장치이며, 도덕적 판단과 심리적 압력의 복합체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숨 쉬고, 관찰하며, 또다시 평가를 견디는 존재 중 하나일 뿐이다. 이 큐브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모든 걸 인정하고, 이 큐브 안에 살아가고 있다는 걸 각인하는 것이 좋다.




차라리 내가 욕을 먹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던 입을 열어 가벼운 입을 박살내고 싶었다. 그리고 박살 내주었다. 세상에서 욕은 잘해도 용서가 안 되는 건 이유 없이 남을 헐뜯는 가벼운 주둥아리들이니까. 참을 수가 없었다. 안 들었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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