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속도로 걷는 골목
클럽이 늘어선 골목을 걷는다.
낮인데도 밤의 잔여가 남아 있다. 간판은 꺼져 있고, 문은 닫혀 있지만, 벽에는 아직 소리가 붙어 있다. 한때 이 골목은 나를 잠들게 하지 않았다. 음악은 밤을 늘렸고, 몸은 이유 없이 움직였다. 생각보다 몸이 먼저였다. 박자를 믿었고, 다음 날을 믿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가볍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했다. 에너지는 넘쳤고, 넘친 만큼 흘렸다. 웃음은 크고 빠르게 번졌고, 슬픔은 춤에 섞여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다고 믿었다. 새벽이 오면 모든 것이 정리될 거라고, 음악이 끝나면 몸도 멈출 거라고. 멈추는 법을 몰랐다는 사실만 남았다. 밤은 길었고, 시간은 느슨했다.
같은 곡이 반복되어도 지루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
이름이 없어도 충분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으로만 존재를 확인했다. 그때의 한남동은 목적지가 아니라 체류였다. 머무는 동안만 살아 있는 장소.
이제 같은 골목을 걷는다.
몸은 박자를 찾지 않는다. 소리는 들리지만 따라가지 않는다.
음악은 기억 속에서만 크게 울린다. 마흔 후반의 나는 에너지를 아껴 쓴다. 남겨두기 위해서다. 밤을 견디기 위해서가 아니라, 낮을 통과하기 위해서.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는다. 예전에는 모든 것을 한 번에 소모했다면, 지금은 남겨둔다. 춤추지 않는다고 해서 리듬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리듬은 몸 안으로 들어왔다. 움직임 대신 호흡으로 남았다.
골목을 거닐며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흥얼거렸다.
건방지게도 나는 천상병 시인의 시에 음을 마음대로 붙여 노래처럼 흥얼거리곤 한다. 흔한 대중가요를 부르지 않는다. 주문처럼 흥얼거리게 된지도 참 오랜 세월이 지나가버렸다.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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