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거둔 자리에서
나는 인간을 싫어한다고 말할 때마다 약간의 오해를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은 그 말을 증오로 받아들이지만,
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증오는 아직 기대가 남아 있는 감정이고,
인간혐오는 기대를 오래전에 포기한 자리에서 시작된다.
너무 많이 보았고, 너무 자주 실망했고,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야 했던 사람의 태도에 가깝다.
인간은 늘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자기 생각은 깊다고 믿고,
자기 선택은 불가피했다고 말하며,
자기 모순은 사정이 있었다고 정리한다.
타인의 모순만이 늘 설명 없이 불쾌하다.
나는 이 일관된 비겁함을
오래 지켜보며 인간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이해 끝에서 인간을 좋아할 수 없게 되었다.
인간혐오는 갑작스레 생기지 않는다.
그것은 반복의 결과다.
같은 실수, 같은 변명, 같은 사과,
그리고 같은 망각.
사람들은 반성한다고 말하지만
대개는 다음 실수를 준비할 뿐이다.
나는 그 성실한 반복에 지쳤다.
인간은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과잉이다.
존재는 언제나 자신을 합리화하기에 바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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