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도착하는 이해에 대하여
공허한 삶의 농가에는
통풍기 안을 넘나드는
바람만이 자리하고 있다.
바람이 든 폐가
개화를 하고
한 웅큼 잠의 알갱이가
흩날린다.
진실을 더듬거리는
입 주위에 줄기들이 자라나
뒤덮고 취해 잠자고 있는
피로에 번호를 붙인다.
이 모든 것을
잠시 일어나
천천히 들이켠다.
시계 그늘의 귀를 대고
앉아 듣는 시침의 소리가
저녁을 말해준다.
떼어낼 수 없는
이름의 침대에서
마음으로부터 동침했던
균열의 말들 저편에서
두 다리와
그리고
무거운 입술에 적응된
머리를 가장 정확한
위치에 놓아두고
내 가장 쓰라린 꿈이
당신과 함께 피어난다.
빈 시간을 통과해
기어오르는
생각의 딱정벌레들을
검고 푸른 밤 하늘에 놓아주고
파생한 단어들이 수놓는
별들을 바라보다가
머리에 나있는
더듬이로 세상을 더듬는다.
글자의 은은한 빛이
손들로 위로 받던
이름들이
땀구멍에서 나온
광적으로 열린
공기 덩어리를 수놓는
시각들의 유리잔을 손에 쥐고 앉아
향기 없는 작약꽃이 가득핀
방안에 앉아 있다.
높은 곳에 오를 수록 더 많은 걸 버려야 하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쓰레기 더미의 꼭데기에는 자신만을 위한 공간밖에 없다. 완전해질수록 다른 것이 줄어드는 이유를 단 한 줄의 시로 읊어댈수 있다면, 시간의 태생적인 역설에 의해, 지금의 나와 잃어버린 나 사이에서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보는 시선안에서 침착할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차가운 돌바닥 같은 사람이 되어 버렸다.
시간의 기적이 효능을 다한 순간
원했던 모든 것을 소유하고 이루었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마음 안에는
자석처럼 주위에서 끌어당겨야 할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사람들은 여전히
두 눈에 불을 켜고 쟁취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자석을 드리민다.
이미 죽은 숫자들과 공허한 공식을 다루는
수학자가 된듯 달력을 들여다 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의 그림자를 멈추려는
장난에 불과한 것처럼,
멍하니 책상에 기대어 이런 들쭉날쭉한 생각들을 하며
노닥거리던 열 손가락을 접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다.
지붕들이 내려다보이는 창가로 다가가
느리게 적막이 깔리는 가운데
도시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본다.
커다랗고 창백한 하얀 달이
일렁인다.
터무니없는 굴곡을 이루는
보이는 사물들의 불일치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도시의 구석구석을 달빛이 매워간다.
구름 두 점이
달 위에서 피난처인 양 떠도는 밤.
환상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어렴풋한 자각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위해한 인간만이 지닌
특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구름이 되어 입을 떠난다.
나조차도 이 글을 쓴 기억이야말로
내 인생에서 가져가는 것이라고 상상한다.
느리게 흘러가는 달밤.
바람도 천천히 불어 그림자가 흔들리는 밤.
누군가가 널어 놓은 옷가지들이 그림자인지도
모르고 사람인 척을 하는 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창문을 열어뒀지만,
나는 아직 잠들지 못하고 있다.
저 높은 신전에서 보내는
편지처럼 달빛 안에
슬픈 평화가 흐른다.
평온한 심연에는
푸른 빛만 보인다.
사물들은 나를 스쳐가고
나는 그 안에 머물지 못한다.
이해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이해하려는 동안,
나는 나를 놓친다.
그래서 시선은
언제나 늦게 도착한다.
듣고 있는 음악입니다.
앙드레 가뇽의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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