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준다는 것

쓰는 동안에만 존재하는 나를 위하여

by 구시안

마음 깊숙이

어느 아름다운 날이 이어진다.


여름과 숲이 조화롭고

강과 홀로 흐르는 선율에

우리의 사랑 그건 삶에 대한 예의처럼

치러지는 현명하지 못한 관계의 시작처럼

반박하는

신음하는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오의 샘물속에서 죽어가는 장미보다

심장 깊숙이 시드러 있는

모든 하늘을 품은 밤의 심장을

초월한다.


기쁨의 화살이

그 시간을 죽이고

희망과 후회도 죽이고

남아 있던 부재를 죽였다.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가 넘치고

건물 밑으로 추락하는 것이 많아지는

은밀한 이야기

헛소문

실제로는 그럴 배짱도 없으면서

큰소리를 치는 사람들.

가엾은 창조물의 만족들.


땀투성인데

서로를 긁어주듯 지껄이는 농담을 뒤로하고

극도로 무가치한 담배를 물고 옥상에 올라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시간에, 욕망의 축축한 껍질과 부서진 감정의 잔여물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모습이 일렁인다. 동물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 바라보다가

자판기의 숨은 비타민을 뽑아 들고 다시 입에는 담배를 물었다. 글을 쓰는 동안에만 지속되는 명료한 정신으로 기록한 이 글들을 다시 읽어보게 될 순간이 온다면, 또다시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이다.


이 글은 대체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쓰는 것이냐고.


사람들의 흔적을 살피는 사람처럼

내 위에서 스스로를 굽어보면, 나 자신이 다른 사물과 더불어 혼란스럽고 희미한 풍경 같다. 항상 긴 잠이 아닌 선잠에서 깨어난 기분처럼. 내 몸을 감싼 피부마처 나를 짓누르는 듯한, 도달하는 결론마다 목을 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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