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을 미루는 사람에 대하여
나는 사물들이 스스로를 설명하도록 내버려두는 순간을 사랑한다. 그것은 이해의 순간이 아니라, 오히려 이해를 유예하는 상태에 가깝다. 세계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지 않고, 나 또한 세계를 해석하려 들지 않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이름 붙여지지 않은 채로, 비교되지 않은 채로, 선과 악이라는 저울 위에 올려지지 않은 채로.
우리는 너무 일찍 판단한다. 어떤 얼굴을 보면 호감과 거부감이 동시에 솟아오르고, 어떤 사건을 접하면 원인과 책임을 서둘러 분배하려 한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불안하기 때문일 것이다. 의미를 붙이지 않은 채로 사물을 바라보는 일은, 마치 바닥 없는 공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위태롭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말한다. “이것은 좋다”, “저것은 나쁘다”, “이것은 옳다”, “저것은 틀렸다.” 그렇게 말함으로써 우리는 세계를 이해했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정말로 그럴까. 우리가 붙인 이름들이 사물의 본질을 설명하는가, 아니면 우리의 두려움을 가리는 얇은 막에 불과한가.
나는 때때로 거리의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각자의 삶을 짊어지고 걸어가지만, 나는 그들의 삶을 알지 못한다.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편안하게 한다. 만약 내가 그들을 이해하려 들었다면, 나는 곧 그들을 판단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해와 판단은 서로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서, 하나를 시도하는 순간 다른 하나가 따라온다. 그래서 나는 이해를 포기한다. 아니, 포기라기보다는 유보한다. 그들의 존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관심과 다르다. 무관심은 대상과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일이지만, 판단을 유예하는 것은 오히려 더 깊이 머무르는 일이다. 어떤 것도 규정하지 않으면서 그 곁에 있는 것. 그것은 설명 없는 동행이며, 결론 없는 사유다. 마치 이름 없는 별을 바라보는 밤처럼.
하지만 인간은 결국 의미를 갈망하는 존재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유를 찾고, 질서를 세우고, 기준을 만든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는다. 모호함, 애매함, 그리고 설명되지 않는 아름다움 같은 것들. 모든 것을 분류하려는 욕망은 세계를 더 명확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가난하게 만든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만약 우리가 하루 동안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누군가의 말에 동의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어떤 상황을 옳거나 그르다고 규정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우리는 처음에는 극심한 혼란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그 혼란 속에서 새로운 감각이 열릴지도 모른다. 사물들이 본래 지니고 있던, 그러나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결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를 비워내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세계를 더 넓히는 일이다.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대신, 열어두는 태도. 결론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이야기를 허용하는 자세. 그것은 미완성의 상태를 견디는 용기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 그 용기를 완전히 갖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많은 순간에 판단하고, 규정하고, 서둘러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판단을 멈춘 채로 사물을 바라보는 순간이 있다. 그때 세계는 낯설고도 친밀한 얼굴을 드러낸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러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가치판단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세계를 다시 처음부터 만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아무 이름도, 아무 의미도 붙이지 않은 채로. 그저 존재하는 것들 사이에 조용히 서 있는 것.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설명되지 않는 어떤 진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를 기다리는 것.
그런데 이 모든 생각들 역시 하나의 판단이 아닐까.
나는 판단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판단하지 않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 위에 서 있는 셈이다.
다만 이름만 바꾼 채로.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다시 멈춘다.
멈추는 것조차 선택이라면,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세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 앞에서 여전히 결정을 미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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