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자기만족 09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료

스쳐가는 것들과 마주하는 시간

by 구시안

스쳐가는 것이 사람 뿐일까.

스쳐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도 존재한다.

바람처럼.

손끝으로 잡으려 하면,

그것은 이미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고,

입술로 불러보면, 말은 먼지처럼 흩어진다.


손끝이 아려오는 기온에

숨죽인 풀잎들의

차디찬 이야기를 들으려 오는 사람이 있을까.

두껍기만한 겨울을 베고 누워있다보니

자연스레 펼쳐지는

쓸모없는 망상이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겨우내 쓰러진 빛바랜 풀잎들이

오랜 시간 말이 없듯이

한 낮의 겨울이 깊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을 입안에서 녹였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고,

병에 담아 팔 수도 없다.


그것은 어떤 향기나 색.

소리보다도 더 미세하고,

동시에 더 무겁다.


나는 가끔 그것을 찾기 위해 나 자신 안을 헤맨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내 의도를 비껴가고,

그 재료는 숨바꼭질을 하듯 숨어 버린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재료는 진심이다.

러나 진심은 그 자체로 단순하지 않다.

진심 속에는 두려움이 스며 있고, 갈망이 섞여 있으며,

부끄러움과 회피가 뒤엉켜 있다.


사람들은 그것을 숨기고 싶어 한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마음은 거짓말을 견디지 못한다.


나는 그것을 관찰한다.

사람들이 사랑한다 말하지만,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에는 고개를 돌린다.

우리는 감정의 폭풍 속에서 눈을 감고,

불편함을 피하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하지만,

그 문틈 사이로, 재료는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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