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나의 의미는 좀 다르다
야. 너 내꺼니?
네 부장님.
그럼 지금 차 빼와. 너 술 안 마셨지?
네 부장님.
가자. 그냥. 가야 할 거 같아.
지금 내가 사고 칠 거 같거든.
저것들 두고
감자탕 하나 빨러 가게.
성수동이나 가자.
저 새끼도 챙겨 와.
할 말이 있으니까.
누구요 부장님.
저 씨발 박쥐새끼.
저 어린 새끼 챙겨 와 봐.
물어볼 게 있어.
전쟁.
흠.
웃겨서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오래 했지 뭐.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그랬으니까.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 보였다.
늘 명절 전이나 그 이후.
뭐 별 다를 것 없는 연휴의 나절이나 휴가 이전에 시끄러운 가족이 아닌 가족처럼 싸우거나
기록되지 않는 비속어들의 속기록정도로 해두자.
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누구를 긁는 일도 너무 아마추어 같은 짓거리니까.
더 싫었던 거는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안돼 깝을 치는 갑툭튀였다.
이상하게 그런 것들에겐 지기가 싫어서 확실히 달려들었다. 아가리 닥치라고.
짬이 뭔지 보여는 줘야지.
짧은 명절을 지내고 돌아왔더니,
내 책상 위에는 잘려나간 사람들의 명단 두 장이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나의 의견과 상관없이,
내가 마음을 주고 아꼈던,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이 적혀 있었다.
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생각하는 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하지 않았다.
그 A4 두 장에 새겨진 이름들.
그걸 준비하느라 얼마나 머리를 굴렸을지 생각하면, 웃기면서도 짜증이 났다.
아직도 로봇이 싫다고 말했건만,
이미 매장을 뛰놀고 있는 그것을 보니 내 눈에는 불이 타올랐다.
이모들은 왜 말을 안 한 걸까…
그냥 이렇게 나갔다고… 허… 의리라고는 없는 사람들.
그래. 아니다. 이모들은 죄가 없다.
나의 뚜껑을 열고 싶었던 모양이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축하한다고 말했다.
성공했다고.
지금 나랑 나가자고.
술집이 좋겠냐고?
회의실이 좋겠냐고?
부를 사람이 있으시냐고?
“Summon your wing right now. Do you even hear me?"
힘을 모아 다시 말해 주었다.
“Get your shitty fucking wings here immediately. Get it done right now, damn it!”
저녁 여섯 시부터 시작된, 논리적 증명이 더해져야 하는 전쟁.
질 수는 없었다.
늘 “왜”부터 시작되었다.
왜.
왜.
왜 내 주변만 정리가 되는 걸까.
첫날부터 힘들게 나오실 것 같아 나는 일을 더 만들어 주었다.
심오하게?
웃기지 말라고.
코미디는 이미 시작됐으니, 토론이 낫겠다고 말했다.
대표라는 사람이 사람들과 소통이 안 된 이유는
한국에 온 지 오래되었지만
늘 그 혀가 꼬부라졌으니 영어로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이야기해도 상관없었다.
나 또한 충분히 쉬었고, 에너지도 충만했다.
오히려, 작정하고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피하지 않고 대응하기로 했다.
더 꼴 보기 싫은 것은 갑툭튀한 한 사람과 그의 오래된 날개쭉지들이었다.
그 조무래기들은 상관없었다.
아직도 혀가 돌아가는 대표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까.
이런 상황을 내가 몰랐을 거라, 준비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겠지.
내가 너희 머리 위에서 논지가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른 채 서 있었을 테고.
매년, 매해.
그렇게 나의 손과 발을 잘라낸 건 너희였다.
손금이 닳도록 함께 일하며 서로의 땀 냄새로 기억하던 팀의 머리들.
하지만 그 손과 발을 끊어낸 것도 결국 너희였다.
반항하는 내가 싹수가 없었겠지.
권위에 맞지 않았겠지. 그래도 쓸 만하니 키웠겠지.
그러다 어느 날 감당이 되지 않기 시작했겠지.
작당이 시작됐겠지. 언제 자를까, 어떤 일을 만들어 씌울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은 생기지 않았다.
너희에게 없는 것이, 나에게는 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묻지 않았다.
십이 년 동안 단 한 번도.
왜 그랬는지, 무엇 때문이었는지.
왜 내 사람들이었는지.
대표에게도, 그 날개쭉지들에게도 묻지 않았다.
모든 행위는 기만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 용서가 되지 않기 시작했고, 속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내 땀이 너의 영광이었고,
내 생각이 너의 돈줄이었다.
그런데 나는 침묵하는 왕처럼 있어야 했다.
사람을 그렇게 아껴야 한다고,
사람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사람에게 잘해야 한다고,
수많은 날 그렇게 가르쳐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품 없는 꼬부라진 혀만 가진 너 같은 초라한 왕을
이제는 더 이상 모시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이쯤 돼서야 말하는 것도 우습다고.
왜 내 주변만 잘려 나가는지 다시 물었다.
돌아오는 답에도 흥분하지 않았다.
너나 나나
이 순간을 오래 준비해 왔으니까.
명절이 끝나면 이렇게 될 거라 이미 예감했으니까.
너를 경멸하지는 않는다.
다만 고통스럽지도 않다.
이제는 너무 만만해졌고,
그 수치가 터질 듯해서,
그 꼴을 더는 보고 싶지 않아서.
이미 그만두어도 받아낼 것은 있고,
내 인생이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기껏해야 두 살 차이일 뿐인데.
내가 말할 때는 그 아가리를 닫고 들으라고 했다.
두 귀가 멀쩡히 달려 있으면서 왜 닫고 있느냐고.
오늘 하루는 그냥 듣기만 하라고.
열어 두라고.
정확히 들어 두라고.
오래도 지냈다. 너랑 나랑.
그만하자.
“I’m fucking tired.”
그 한마디가 힘들었겠지.
나의 짙은 늑대 같은 눈동자로
똑바로 그 날개쭉지들까지 활활 태워주고
씹어 삼켜주고 있었다.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쳐다도 못 보는 날개쭉지 쫄들은 빼고.
대표와 함께
활활 타올라 지옥에서나 만났으면 좋을 만큼.
나의 입이 터져 버렸다.
한 번 터진 입은 끝까지 가고 있었다.
나에게 고통의 가치를 부여하지 말라고.
일에 대해 1도 너는 나에게 뭐라고 지시도 하지 말라고.
그냥 오랜 시간 나를 인정한 만큼
네가 나에게 지켜야 할 것만 지켜 줬다면
나는 이 삶을 어쩌면 몇 년 정도는 더 했을 거라고.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내 꿈을 위해서.
끔직하더라도. 이미 너희들에게 이력이 나버려서
너희들의 그 유치한 장난이 별개 아닌게 되버렸으니까.
몇 년 정도는 참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십 이년이라는 시간을 욕처럼 들리게 하지 말라고.
내가 너희를 경멸로 나의 고통에 무게를 더해서
깔아뭉개지 말게 하라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선을 지켰어야 한다고.
개들도 이 시간이면 그 의리를 지키고도 남았을 거고.
이미 서로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시간이었다고.
너희는 개만도 못하다고.
나는 아직 햇살이 저물지 않은 술집에서 나의 정직하고
바른 언어에 금박을 입히고 있었다.
확실하건
뜯어말리며 나를 따르는 무리와
그들에게 남는 무리였다.
둘은 동상이 되었고
하나는 영어로 씨불여야 하기 때문에
마음껏 억양을 더해 주었다. 병신 같은 새끼.
그의 이름이 대표다.
선.
딱!
그어놨던 그 선만 지켜주지. 병신 같은 새끼.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 선만 지켜준다면 참았을 텐데.
나는 이미 계산을 하고 있었다.
노후가 해결이 될까를.
늘 그 선을 벗어나는 회사나 여전히
한국에 산지가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혀가 꼬불아져 있는 대표나.
개뿔 이름도 모를 투자자나.
왜 나를 시험하는지
인내한 나에게
고맙다고 못 할 망정
왜 자꾸
시험문제를 내는지. 이 개새끼들이.
더 이상 이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작정하고 낸 시험문제를 풀기가 싫어졌던 모양이다.
죽어라 그 시험문제를 낸 사람들을 향해 오랜 시간 참았던 답안지를
열나게 던져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담배를 피우고 한 손으로는 술을 따라 마시면서.
목이 타니까.
세밀한 완성도를 뒤로 한 성공적인 오픈을 맞이하고도
매출로 이야기하겠다 약속을 지킨 것도 모자라
이제는 배들이 부른 신들이 되어 내 앞에서 놀겠다는 것인지
나의 모든 우화적인 풍자를 뒤로하고
나의 언어가 매우 비릿해지기 시작하면서 정확하게 화살을 만들어
대표와 날개쭉지들의 모든 것에 사정없이 관통하는 활을 쏘고 있었다.
정해진 운명 같으니
물러설 필요도 없지.
해보라지 씨발 것들. 덤벼보라지 나를 이길 수나 있나.
너희들은 단 한 번도 넘어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역겹던지.
그래 태어난 환경이 다른 것 정도 해두자.
그래도 갖춰진 성품이라는 것은 있을 줄 알았지.
적어도
십 이년이라는 시간만큼은 꿀을 빨았다고
누구 덕에.
넘어져 있던 너희를 세운건 나도 아니고
내가 말하는 우리였다고.
사람을
무시하던 너희가
사람으로 인해 돈을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중요한지 모르니. 벌 받아야지.
너희들 셋만 빼고.
우리였다고.
늘 그랬었다고.
참는 것이
버티는 것이
똥 같은 물을 마시면서도
삼키며 참았던 것이
이제야 터졌다고.
대단하지 않냐고.
너희는 이 정도 못 참는 인간들인데.
우리는 그걸 해냈다고.
일이니까.
정직하게
할 일을 하고 대우를 받자.
“I’m a fucking professional. Our team is fucking professional. Don’t even compare us to you.”
"What the hell did you just say to me?”
“We’re fucking pros. You’re not.”
모두가 나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런 심장 덕분에 내 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싫으면 자르라, 병신들.
할 말은 해야 했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 단어만 아니었으면 참고 넘어갔을 텐데.
이미 목이 잘린 사람들은 천지에 깔려 있고,
회사의 일탈률은 이미 하늘을 뚫었다.
관리?
푸후… 흠…
씨발, 뭘 하라는 거야.
너의 꼬부라진 혀나 펴라고 말해주었다.
내가 그동안 한 일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대표의 모가지를 잡고 담배 연기를 뿜었다.
참을 수 없었다.
씨발놈의 버터 발린 혀에 입을 지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같았다.
명절이 끝나고 개고생한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이야기는
바빌론의 공주처럼 아장아장 지껄이는 씨발년 같았다.
그 아가리에 똥 한 줌을 넣어주었다.
맛 좀 보라고.
그 씨발놈의 아가리에 천 개의 못을 쑤셔 넣고 싶을 만큼 화가 났다.
그때 나는 확실히 알았다.
내 것,
니 것.
이런 일이 있어야 확실해지는 사람들,
선을 바꾸거나 노선을 바꾸는 사람들,
배신이라는 이름도 아까운 사람들.
그래서 나는 사람을 혐오한다.
어차피 난 손해 볼 것이 없다.
세월에 대가는 받을 것이 있고,
이제 정말 변두리 담배가게 아저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야한 잡지도 함께 팔 것이다.
장사는 잘 돼야 하니까.
먹고는 살아야 하니까.
아직 화가 식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밤이 천천히 나를 현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는 이미 그걸 알고 있다.
밤은 늘 그랬으니까.
* 사고 : 나의 의미를 주장 혹은 담가뒀던 이유를 말해주는 일.
나에게 사고를 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나는 이미 차분해져 있다.
이 글을 쓰는 여유까지 부릴 만큼.
인생이 뭐 있나. 가는대로 가는 거지.
그걸로 충분하다.
이런 밤도, 그런 낮도, 어차피 내 인생이니까.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