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같은 잠에서 밥상 앞까지
어떤 감정들은 안개 같은 잠이 되어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명료하게 깨어 있지도 못하게 만든다.
지난 밤,
꿈속에 무언가를 숨겨둔 채.
옥상정원 흡연실.
태양은 멈춘 듯
감각의 표면을 미지근하게 데우고
입은 아궁이처럼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의지는 나태한 발길질 한 번에 거리를 굴러다니는 캔 깡통이 된다.
사람들이 짐승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
북적이는 긴 거리를 스쳐 지나 잠시 앉아 쉰다.
카페 안에서 글자들은 움직이지만 의미를 만들지 못한다.
가로누운 신발 한 켤레처럼.
사람들의 목소리가
목구멍이 아니라
공기에서 먼저 나온다는 사실을 느낄 즈음
책을 덮고 자리를 옮겼다.
막 발생한 갸냘픈 바다 냄새가
차가운 바람에 실려
한강 주위를 맴돌다
나에게 온 것인지
그 싱싱한 역겨움이
위장의 움직임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었다.
도시의 비겁한 하늘은 여전히 숨어 있고,
공중에 방치된 듯 떠 있던
에드벌룬의 문구가 사라져 허공이 멈춘 것처럼 보일 때.
사거리의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었다.
도시의 공기.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사색을 끝내기 위해
더러운 공기 속을 가르며
남들보다 십 분이라는 시간을
일찍 나온 보람도 없이
단골 식당으로 향한다.
배고픔 때문이 아니라
본능.
냄새만으로도 알 수 있는 메뉴가
식당 안을 채우고
잠시
고통과 행복의 차이를 생각하다가
은색 뚜껑 속에 숨어 있던
하얀 쌀밥을 보고
군침이 도는 것을 보니
그다음이구나, 싶었다.
자신의 몸을 반으로 갈라
더욱 육감적으로 보이는
벌크업이 한껏 된
갈색 톤으로 태닝한 녀석이
내 앞에 누웠다.
어디부터 드러낼지를 잠시 고민하다가
생각하지 말라고
머리부터 드러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