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폴로지 : morphology

내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법

by 구시안

나는 형태를 본다.
형태는 언제나 말보다 빠르다.
말은 생각을 거쳐 나오지만,

형태는 이미 거기 있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해하기 전에,
이미 눈앞에 놓여 있는 것.

상대의 눈동자와 표정의 변화.

어깨의 각도, 눈을 깜빡이는 속도,
서 있을 때 체중이 실리는 방향.
그 모든 것이 모폴로지다.


사람들은 흔히 겉모습이라 부르며
그것을 얕은 판단의 증거처럼 취급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겉모습이 얕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진 시간이 얕은 것은 아닐까 하고.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은 유한하다.

한 사람을 평생에 걸쳐 이해할 수 있다면
아무도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스쳐 지나가듯 만난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회사에서,

술집에서,

이 도시에서,

잠깐의 대화 속에서.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다가갈지, 물러설지, 믿을지, 경계할지.


그래서 인간은 그릇을 만든다.
빠르게 담을 수 있는 그릇.
형태라는 이름의 그릇.


얼굴을 보고 성격을 짐작하고,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가늠한다.

그건 잔인함이 아니라
생존의 방식에 가깝다.

누군가를 향한 방어기제는

사람들에 보이지 않는 갑옷이기도 하니까.

저마다의 갑옷을 입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나는 사주를 떠올린다.
태어난 연월일시,
그 네 개의 기둥으로 사람을 읽으려 했던
오래된 인간의 시도.


사주는 미래를 예언하는 장치라기보다

형태를 분류하려는 언어였다.
불은 위로 솟고,
물은 아래로 흐르며,
나무는 자라고,
금속은 깎이고,
흙은 품는다.


그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경향의 문제다.


모폴로지는 언제나
‘그럴 가능성’을 말할 뿐이다.
사람들이 사주에 끌리는 이유는
운명을 믿어서가 아니라,
자기 형태를 설명받고 싶어서일 것이다.




별들도 그렇다. 별들은 사실 흩어져 있다.

아무런 선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선을 긋는다.

사자, 궁수, 물병.
연결하지 않으면 그 밤하늘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작고,

너무 짧게 산다.

그래서 별자리는 생겼고,

사주는 태어났으며,

모폴로지는 언어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세상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다급한 애정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을 껴안고 싶다.

대단한 인물처럼 생각하고 있다고

착각 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이 가능한 것을 찾게 되는 건

비단 타인이 아닌 나에게도 속하는 일이니까.

가능하다.

젊은 몸의 탄력도,
늙은 몸의 흔들림도,
너무 큰 손도,
너무 작은 목소리도.
형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사람들이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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