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색의 물건들 사이
향신료의 냄새. 사람들의 말소리. 색색의 물건들 사이. 여행과 탐험의 중간쯤. 미스터리한 소년.
빛은 언제나 소란 속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남는 것이라는 듯이. 나는 오늘도 낮의 심장을 들여다본다. 태양은 정오의 칼날로 사물들을 베어 사과를 붉게, 아이의 뺨을 뜨겁게, 도시의 유리를 눈부시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광휘는 끝내 피로를 배운다. 빛은 중앙에서 추방된 왕처럼 창틀에 걸터앉아 금빛 망명을 준비한다.
길모퉁이의 먼지들은 작은 별들의 반란처럼 저녁을 향해 몸을 턴다. 나는 보았다. 낮이 어둠으로 물러가는 순간을.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색채의 전환, 황금이 보랏빛으로 번지는 느린 폭발이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포도주처럼 익어 낮은음으로 기울고, 가로수의 잎들은 녹색의 혀를 접으며 밤의 문장을 연습한다. 빛은 말한다. 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다른 이름으로 불릴 뿐. 어둠은 대답한다. 나는 네 그림자의 가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태어났다. 하늘은 푸른 살결을 벗고 보랏빛 상처를 천천히 드러낸다.
도시는 한순간 젖은 거울이 되어 스스로의 얼굴을 흐리게 비춘다. 낮은 무너지는 대신 자신을 접는다.
접힌 빛은 눈동자 깊은 곳으로 스며 은밀한 불씨가 된다. 빛은 언제나 가장자리에서 남는다. 밤이 중앙을 차지한 뒤에도 문턱과 창틀, 심장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타오르는 보이지 않는 금빛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를 먼저 생각하는 소년.
소년이 단순히 꿈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 세계 속에서 마주침을 통해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처럼.
그 소년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소년은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가슴속이 텅 빈 것 같은 느낌을 안고 일어난다. 그 텅 빈 공간이 뭔지, 정확히 이름 붙일 수 없지만, 그는 그것을 ‘꿈’이라고 부른다. 아니, 부르려 한다. 소년의 꿈은 아직 말이 없고,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닌다. 길을 걸을 때도,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좁은 골목에서도, 그 꿈은 소년의 발자국 사이로 스며든다.
오늘도 그는 길 위에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회색빛 구름은 먼지처럼 흘러가고, 바람은 들판의 흔들리는 풀잎 사이로 슬며시 숨는다. 소년은 꿈이 어디에 있는지, 혹은 꿈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지만, 그를 떠나면 안 될 것만 같다.
사람들은 소년에게 묻는다. “넌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소년은 대답하지 않는다. 말을 하면 꿈이 사라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조용히 길가의 작은 개울가에 앉아 물결을 본다. 개울 위로 비친 자신의 얼굴이 부서지고,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위안이 스며든다.
소년의 눈은 자주 멀리 있는 것들을 쫓는다. 언덕 너머로 넘어가는 해, 잎사귀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길 잃은 새 한 마리. 그것들은 모두 꿈의 조각 같다. 만질 수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들. 소년은 그 조각들을 모아 마음속 작은 방 한편에 쌓아둔다. 가끔은 그것들이 하나로 모여 소년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꿈은 결코 쉬이 잡히지 않는다. 손을 뻗으면 사라지고, 마음속에서 그려내면 흐려진다. 소년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나는 항상 이 공허함을 따라다녀야 할까?” 대답은 없고, 바람만이 작은 속삭임처럼 그의 귀에 닿는다.
그날 밤, 소년은 별빛 아래 누워 생각한다. 꿈이란 무엇일까, 혹은 나는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별들은 고요히 반짝이지만, 소년은 별빛을 잡을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누워 하늘을 바라본다. 어쩌면 꿈은 잡는 것이 아니라, 따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쫓아가며, 소년은 조금씩 자신을 알아간다.
그리고 내일도, 소년은 길을 걷는다. 발끝에 닿는 풀잎, 흘러가는 구름, 흔들리는 마음과 함께. 꿈이 그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모르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길 끝이 보이지 않아도, 텅 빈 가슴이 두려워도, 소년은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알기 때문이다. 꿈이란, 늘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면서도 존재하는 것이고, 존재하면서도 사라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소년은 오늘도 걷는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길 위에 선다. 어쩌면 오늘은, 꿈이 손에 닿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안고.
무언가를 계속 써보는 밤.
그 끝에는 늘 무엇이 있을지 그려보지만,
딱히—
화려한 꿈은 아니다.
소박한 작은 꿈을 품고 사는 것이
오히려 행복일지도 모른다.
소년의 글은,
계속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치 지독한 향신료 냄새가 가득한
시장을 헤매는 듯한 기분으로.
그것이 잘 지워지지도
벗겨지지도
사라지지도 않아서
그냥 그 향기 그대로 두기로 한다.
어차피 그 소년의 것이니까.
단.
늦지는 않았다고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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