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다는 또 다른 말
잠시 웃음이 났다.
오랜만에 걸려온, 호주에 사는 오래된 친구 녀석이었다.
“Why are you such a scaredy-cat?”
나의 대답은 당연히
“fuck you.”
놀러 오라는 친구의 말은 늘 간단하다.
호주를 가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시간을 얼마나 비울 수 있을지,
회사와 나와 현실 사이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이 오갈지 모른 채
그저 보고 싶다는 말 한마디면 되는 줄 아는 녀석은
넌 왜 이렇게 겁이 많냐고 물었다.
그래서
영국식 발음으로, “폭유”라고 답해줬다.
어쩌다 너는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게 되었냐고,
명절이면 향수에 젖지는 않느냐고.
너나 나나 더러운 요식업판에서 버티며 사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그래도 오늘 하루를 보람차다고 말하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보고 싶다고 했다.
여름을 한번 기대해 보자고 했다.
한국을 방문했을 때 녀석은
5년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자기가 사는 곳으로 와야 한다는 이상한 계약을 걸어두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지 벌써 십 년.
그 사이 녀석은 여섯 번이나 한국에 와
3박 4일씩 나의 말동무와 술동무가 되어주었다.
누군가를 쉽게 들이지 않는 나의 공간에
유일하게 허락된 사람이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가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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