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된 혀를 부수는 기록
돌이 된 것은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나였을까.
나는 한때
바다의 신전에서 숨 쉬던
평범한 소년이였는지도 모른다.
이름은 메두사.
신들은 쉽게 화를 냈고
저주는 늘
여자가 아닌
남자에게 먼저 내려왔다.
내 머리칼은
하루아침에
비명이 되었다.
꿈틀거리는 뱀들 사이로
나는 밤마다
내 얼굴을 더듬었다.
거울은 없다.
누군가 나를 보려 하면
그는 돌이 되었고
나는 또 한 번
증인이 사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괴물이 아니라
증거였다.
신들의 폭력과
사람들의 침묵이
굳어버린 형태.
사람들은 말한다
“저 눈을 보지 마라.”
하지만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그는
그런 눈을 갖게 되었는지.
나는 원하지 않았다.
파괴를
다만
나를 똑바로 바라본 세계가
먼저 돌이 되었을 뿐이다.
칼날이 내 목을 스칠 때
영웅은 이름을 얻고
나는 이야기 속 악역이 된다.
그러나 잘린 머리조차
방패 위에서 여전히
누군가를 굳게 만든다.
나는 죽어서도
두려움으로 소비된다.
아름다웠던 시절보다
괴물이 된 이후가
더 오래 기억된다.
돌이 된 것은
사람들이었을까
아니면 끝내
말하지 못한 나였을까.
집으로 돌아오면
나는 하루를 벗는다.
겉옷처럼
이름처럼
표정처럼
주머니 속 동전처럼
거짓 웃음이 쏟아지고,
어깨에 얹혀 있던 예의가 떨어진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선다.
거기에는
머리카락 대신 침묵이 꿈틀거리는
매두사가 있다.
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 매두사는
혀로 사람을 굳힌다.
말하려다 삼킨 문장,
참아낸 항변,
끝내 꺼내지 못한 진심.
그 모든 혀가
천천히 돌이 된다.
입 안이 채석장처럼 무거워진다.
나는 그 돌을 달고
의자에 앉는다.
생각은 넘치는데
말은 굳어 있다.
그래서 쓴다.
돌이 된 혀로
안쪽을 긁어
가루를 떨군다.
오늘의 비겁함.
괜찮은 척한 장면.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를 배반한 순간.
매두사는 웃지 않는다.
다만 지켜본다.
내가 또 얼마나
침묵으로 나를 굳히는지.
나는 안다.
사람을 돌로 만드는 건
세상이 아니라
내가 삼킨 말이라는 걸.
그래서 기록한다.
돌이 된 혀를 부수는 일.
그게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이니까.
나는 그 무게를 안다.
굳어버린 혀는
생각보다 무겁다.
말하지 못한 문장 하나가
어깨를 구부리고
등을 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앉는다.
담배도 없이,
기도도 없이.
묵직해진 혀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생각나는 것들을
쓸어 담듯 기록한다.
고백은 대단하지 않다.
대부분은 사소하다.
오늘의 분노,
어색했던 웃음,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들.
언어의 주리를 틀어
피처럼 튀기며
자기 자신을 찢어내는 시간.
그래,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불타지도 못하고,
완전히 냉소하지도 못한 채
그저 기록한다.
굳어버린 혀가
조금씩 부서지는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나는
말하지 못한 것들로
나를 증명한다.
그리고 안다.
매두사는 거울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돌이 된 채 앉아 있던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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