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유지라는 노동

사랑은 왜 근로계약서가 되는가

by 구시안

관계는 언제부터 의무가 되었을까.
나는 그 질문을 자주 되돌려 본다.

처음에는 좋았을 것이다.
호기심이었고, 설렘이었고, 선택이었다.


그런데 관계가 “유지”라는 단어를 달고 오는 순간,
그 안에는 이미 피로가 스며 있다.

사람들은 관계를 소중히 여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소중함이라는 말은
대체로 관리하라는 뜻이다.


연락을 꾸준히 하고,
반응을 빠르게 하고,
상대의 기분을 예측하고,
지나치게 솔직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관계 유지란

감정을 자동응답 모드로 설정해 두는 일이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관계를 오래 붙든다.

상대가 서운해하지 않도록,
틀어지지 않도록,
끊어지지 않도록.


하지만 묻고 싶다.

왜 끊어지면 안 되는가.

사람들은 관계가 끝나는 것을 실패로 취급한다.


오래 버틴 관계를 미덕으로 치켜세운다.

그러나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이
건강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관계 유지라는 노동은
출퇴근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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