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닿지 않는 마음

전해지지 않은 온기

by 구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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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바람이 불수록 전해져야 할 것들은 전해지지 않았다."






창백한 세상이 펼쳐져 있다.

빛과 그림자가 구분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수천의 전선들이 하늘을 가르며 지나간다.

그 선들은 마치 오래된 고통의 실처럼

공기 위에 팽팽히 매달려 있다.



선과 선이 교차하는 곳마다

보이지 않는 사연이 매달린다.

사랑이 멈춘 자리,

기억이 부서진 틈,

그리고 아직 말해지지 못한 수많은 고백들.

하늘은 이미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희미하게 깨어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전선들이 미세한 울음을 낸다.

도시의 전류가 그 울음 위를 흘러가며

누군가의 외로움을 전송한다.



어떤 선은 너무 팽팽해

조금만 더 당겨지면 끊어질 듯 떨리고,

어떤 선은 느슨해

잊힌 꿈처럼 축 늘어져 있다.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어느 누구도 닿지는 않는다.



창백한 공기 속에

빛은 간신히 숨을 쉬며

선 사이를 비집고 흐른다.

그 빛이 전류에 닿을 때

순간, 세상이 잠시 맑아진다.

그러나 곧 어둠이 밀려와

빛을 감싸고,

전선들은 다시 흔들린다.



삶의 소음이 흩어지는 저녁,

모든 선이 피로를 삼키며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세상은 그렇게 유지된다.

끊어지지 않으려는 긴장 속에서,

보이지 않는 손들이

끝없이 서로를 묶으며 흐른다,



밤은 느리게 가라앉고,

모든 선은 여전히 팽팽하다.

아무도 그것을 풀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세상이라는 그물 속에서

끊어지지 않으려는 마지막 의지처럼.

아무도 닿지 못한 마음들이 흔들린다,

전해지지 않은 온기가 흩어진다.

그들의 손은 하늘을 향해 뻗어있다.



바람은 자꾸 등을 미는데

나는 아직, 그 자리에 서 있다.

손끝에 남은 온기마저 식어가도

하지 못한 말들이 나를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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