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광대

익숙한 하루의 낯선 나를 입히다

by 구시안


image (8).png



" 모두가 광대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천장의 벽지 무늬가 낯설게 다가온다.
익숙했던 패턴 속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 떠오르고,
그 얼굴은 마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숨겨놓은 초상 같다.



그저 타성(惰性)에 젖어 살아가는 나날들 속에서
내 삶이 한 마리 벌레보다 나은 게 무엇인지,
문득 섬뜩한 공포로 다가올 때가 있다.

마치 잠든 사이 누군가 나를
다른 세계로 옮겨 놓은 듯한 이질감.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맴돌다
색과 빛의 교차 속으로 흩어진다.
몽롱함이 아니라,
너무나도 선명한 색의 충돌에서 오는 혼란.
잠시 스쳐 가는 듯하지만,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형체 없는 그림자처럼
해가 뜨면 드리워지고,
해가 지면 사라지는 존재.



그럴 때면 나는,
순간적인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나 자신을 잃어버린다.



세상의 하루는 정해져 있다.
사람들은 버릇처럼
가르치고.
비교하고.
재단한다.


하루의 끝,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허무함과 죄의식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도시는 거대한 무대 같다.
수많은 사람들은 그 위에서

웃음을 흉내 낸다.
지하철 창에 비친 얼굴들은

마치 마스크를 쓴 배우들,
피로와 체념이 분장처럼 덧칠되어 있다.



회사로 향하는 군중의 발걸음은
리듬 없는 행진곡처럼 울리고,
불빛 아래서 서로를 스치며
누구도 진짜 얼굴을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광대다.
자신을 알고 연기하는 광대인가,
혹은 자신을 잊고 세상에
휩쓸려 다니는 광대인가.



거울 속에서,
나는 오늘도

낯선 표정을 한 채로 미소 짓는다.
그 미소가 진심인지,

혹은 연기인지조차 모른 채.
도시의 밤이 내 얼굴을 삼키고,
수많은 광대들의 웃음이
빛처럼 흩어진다.

이전 05화아무도 닿지 않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