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한 언어의 봄

뒷면 없는 거울 속에서

by 구시안

끊임없이 깨어났고

끊임없이 잠드는 사이.

얼굴이 내 꿈들을 억압하려 할 때

끔찍한 비명을 들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귀를 막았다.


설명되지 않는 커다란 장엄하고 성대한 욕망이 꿈틀거리며

비단구렁이뱀처럼 온몸을 휘어 감고 있는 듯한 밤.


부패해 버린 비릿한 언어들이 준엄함과 위엄을 갈망한다.

언어의 형태들이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하는 신비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새들도 구름도 추방당한 빛바랜 하늘을 궁금해할 사람은 없으니까.

그저 눈을 비비고 일어나

와인잔에 남은 와인을 마실 뿐.

순수한 능력의 노예가 되기보단

아무것도 모르는 비현실적인 순결한 내 눈의 노예가 되어도 좋은 밤이라는 생각이 물들 때

뒷면이 없는 거울 속에 빠져 들었다.

이것을 내면이라고 부른다면 거창할지 모르나

이것은 매일 밤 찾아오는 것이다.


창밖을 보니

비 온 뒤의 꽃들처럼

몸을 일으키는 도시의 빛의 꽃들을 바라보며

불꽃놀이는 없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자유롭게 떠돌아다닐 수 있는 밤.

어둠의 목구멍 속에서 침묵의 눈이 열리고

수 천 개의 불이 나타나는 밤.

별들은 여전히 수줍게 숨어 있고

아름다움에 늘 그늘이 존재하고

모든 눈은 서로를 향하고 동등한 시선은

시간 밖에 놓인 경이로움을 나눠 갖고 있다.


하루가 저물 무렵의 얼굴 하나

숨겨진 태양 전부

발가벗은 비의 꽃다발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하얗고 파란 보름달이 뜬 밤.


거리에 고인 밑바닥에 샘물 북에서 쓸만한 물을

찾기란 이미 오염되어 힘들겠지만,

그것조차 빛나는 밤.

잊힌 모든 얼굴과 스쳐가는 닮은 얼굴이 존재하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거리에 있는 행인들의 투명함과

집요한 추적에 의해 뿜어져 나오는 사색은 불완전한 악덕과 미덕을 논하고

허락하는 시선과

혐오하는 시선들 사이 육체의 피로와 열정의 혼돈은

단어의 태도를 떠나 생각의 모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세상이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


여전히 미완성인 모든 것들.

낯설지도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은 것들이 뒤섞여 비릿한 냄새를 내는 밤.


와인 잔에 채워지는 생명수는

그렇게 시간에 구해 받지 않기로 한 듯

그 샘물이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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