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마음들이 만들어 내는 느린 음악에 대하여
저녁의 공기는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한 채
골목의 벽 사이를 천천히 지나간다.
사람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보이지 않는 악보 위에
작은 음표 하나씩을 남긴다.
누군가의 웃음이
유리창에 부딪혀 금빛으로 튀고
누군가의 한숨은
낡은 가로등 아래에서
희미한 저음으로 흔들린다.
도시는 하나의 악기처럼
사람들의 숨으로 연주된다.
어떤 이는
조심스러운 피아노 건반처럼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네고
어떤 이는
갑자기 터지는 트럼펫처럼
밤의 공기를 흔들어 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의 소리를 끝까지 듣지 못한 채
다음 박자로 넘어가 버린다.
관계라는 것은
완성된 음악이 아니라
어딘가 계속 미완성인 합주다.
누군가는
조금 빠르게 걸어가고
누군가는
멈춰 서서 먼 창문을 바라본다.
그 사이에서
리듬이 흔들린다.
어떤 밤에는
두 사람의 침묵이
마치 오래된 첼로처럼
깊은 울림을 남긴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서
이상하게도
가장 선명한 화음이 태어난다.
우리는 그때
비로소 서로를 듣는다.
눈빛이 작은 바이올린처럼 떨리고
손끝이
바람을 건드리는 플루트처럼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그 순간
세계는 잠시 조율된다.
그러나 아침이 오면
다시 불협화음이 시작된다.
서로 다른 꿈을 가진 사람들
서로 다른 속도로 걷는 발걸음
서로 다른 기억의 온도.
관계는 늘
약간 어긋난 음정으로 시작된다.
어떤 날에는
너의 말이 너무 밝아서
나의 어둠을 눈부시게 만들고
어떤 날에는
나의 침묵이 너무 깊어서
너의 웃음을 삼켜 버린다.
그래도 우리는
이상하게도
다시 서로의 옆에 앉는다.
마치 음악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어디선가
작은 종 하나가 울리는 것처럼.
관계는
맞추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음을 견디는 일인지도 모른다.
불협화음 속에서
조금씩
서로의 주파수를 찾아가는 일.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아무도 완벽하게 연주하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 모든 소리가
이미 하나의 곡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밤의 창문들 사이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작은 별처럼 떠오른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서로의 어둠을 건너며
하나의 긴 멜로디를 만든다.
그리고 아주 늦은 시간
도시가 거의 잠들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듣는다.
관계라는 것은
완벽한 화음이 아니라
서로 다른 마음들이
서로를 향해 조금씩
귀를 기울이는
아주 느린 음악이라는 것을.
그 음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다음 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