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마시는 술

혼자 하는 모든 것

by 구시안

매일 똑같은 날들 속에

아무 쓸모없이 힘들기만 한 일들.

온전치 못하게 뒤집어진

무대장치 안에서만 존재하는 연극처럼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면

나의 두 눈이 알기엔 충분하다.


가녀린 감각의 방랑자의 모습을

하고 돌아오는 밤이면

심장은 더 이상 아니겠지만,

돌로 만들어져 가는

머리칼의 무게가

이마의 자리한

가난한 무덤가에서

이름 없는 꽃이 되길 기다린다.


똑같은 역할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등장인물들도 변함없거나

시체처럼 살아갈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을 그리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간다.


말없는 꽃의 목을 꺾는 것처럼

들이키는 술잔에 담긴 것으로

목을 축여보는 밤.


사람들로부터 벗어나려면 그들을 제압하거나, 제압하지 못해야만 하고, 현실 속에서 그들을 넘설 수 없기에 나는 결코 제압하지도 못하지만, 무엇을 꿈꾸든 결국 여기를 떠날 수 없으니 거부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나 자신 속으로 도망쳐버리는 수치스러움은 이미 오래전 일이고, 높은 단계로 진화된 것 같지만, 고요히 잠들 때나 경험하는, 쓸모없는 소원은 닫힌 문안에서만 고귀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나에게로 돌아가는 시간 가끔 혼 자 들리는 오래된 선술집에 앉아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 고된 하루의 끝이다.


사람이 필요 없는 삶.

혼자 하는 모든 것.

감수성과 길지만 의식적인 꿈이 모여 만든

바로 그림자를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는

그 안의 인생이라는 특권처럼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것.

생각 자체가 생각의 과정을 통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며

계속되는 해체를 하고 있다.


평범한 사람은 인생이 아무리 고달프다 할지라도 적어도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행복을 누리기도 하지만, 삶의 불가사의를 명상하는 일이 나의 영혼을 염탐하는 그림자의 수천 가지 복잡함을 느낀다면, 다시는 행동하려 들지 않게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창백한 베일에 가려진 회색의 공기에 감춰진 사람의 본색을 볼 수는 없겠지만, 누구나 창백함의 슬픔은 갖고 살아가기에, 나는 그것이 싫어서, 그 공유가 부르는 마음의 전달이 싫어서 어제와 먼 곳을 선택해 자리한다.


때때로 나는 서글프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쓰는 글들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모여 마침내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진정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착각에 가까운 믿음으로, 힘들 때에도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즐거움으로 매일 같은 체화된 것을 이행하며, 그것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하루 끝을 알리는 장막이 오늘도 부르럽게 내려앉는다.


소박한 땅 위로 부드럽게

살짝

슬프게

내려앉는다.


쓰라린 지루함이

잠들지 못하는 권태가

내려앉는다.


기분 나쁜 침묵 속에 도사리고 있던 폭풍우가 마침내 다른 곳으로 가버린 시간.

선선하고 미지근한 바람이 사물들의 빛나는 표면을 어루만지는 낮이 지나가고, 삶의 무게로 상처받은 영혼이 곁에 앉아 혼자 따라 마시는 술잔을 쳐다보는 밤.


어떠한 이유 없이

어떠한 사람 없이

혼자 하는 모든 것에서

가끔씩 나는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텅 빈

광대함과

하늘과 땅

늘 그 위

내 머리 위로 드리우는 거대한 망각.


불가피한 후퇴의 밤에

침울한 전술가처럼

혼자만의 길을 찾아

나는

나를 쫓아다니고 있다.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

그들과

악수조차 하지 못해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여기는 혼자.


소설 속 재앙보다

항상 아름다운

부패해도

부패하지 않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날은

존재한다.


가장 아프게 하고

우리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주는 감정들이

정말

터무니없는 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품게 되는

갈망이야 말로

어느 날의 될 수 있었던

일에 대한 아쉬움이리라.


무능력과 불가능은

어디서

누군가가

주었는지

영혼도 허망하고

세상도 허망하다고

독백을 하는

거리의 시인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모든 것은

공허

자체보다

더 공허하다는 사실이

내가 말하는

사람이라는 존재이다.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엉킨

혼돈이다.


침묵하는 잔혹한 긴 시간 동안

단단해져

내가 노래해서 얻었던

녹슨 별을 뱉어내는

칠흑의 필적만이

남아 간다.





Stevie Wonder - Moon Blue (Lyrics/Subtitulado)


어느 날

무심히 깊어가는 밤

가끔씩

작게 따라 부르며

듣게 되는 음악입니다.


손목에서 꺽이는

꽃들이 무성한 밤에

아직은

모자란 물을

스스로에게

조금 더 주면서 바라보는 달도

망상에서 일어나

스스로의 손을 바라보는 밤입니다.


혼자 하는 모든 것에

포함된

파란 달이 물드는 밤에.





월,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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