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소음 속에서 쓰인 나의 문장들
비밀스러운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지는
낮의 기운 안에서
어떤 악기가 연주되고 울리는지
첼로인지
피아노인지
하프인지
바이올린인지
나 자신이
누군가의 악보에 담겨 있고
모든 악기가 연주되는
교향곡 같다는 것만 알고 있다.
손은 결박당한 채
다른 일을 해야 하고,
모든 동작은 죽어버린 꿈처럼
이 모든 노력이
범죄처럼 느껴지고 있다.
평일에 쉰다는 것 자체가 축복인지 불행인지를 알 수 없다. 온몸에 온통 날개가 돋아나지만, 날갯짓만 가득하고, 날 수 없는 새 같은 기분이라면 누군가는 이해해 줄까. 모든 쾌락이 타락이 되는 세상에서 대놓고 해봤자 누군가에게는 가장 사악한 타락으로 남을 것이 자명하기에 남들이 다 하는 일을 하는 것을 소소하게 하는 것이다. 가끔 예상치 못한 사실상 예상할 이유도 없는 일상의 압박에 숨이 막힐 때가 있다. 그것은 일을 하는 날과 안 하는 날을 구분하지 않는다. 내 주위에 사람들과 몸짓과 목소리 그리고 도시의 소음에 생리적인 구토감이 이는 날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민한 감수성 덕분이라고 하기엔 어차피 내가 가진 것에 애써 흠집을 낼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걷는다.
나를 쳐다보는 얼굴들이 모욕이나 오물인 양 나에게 상처를 입히는 날도 있다. 나 자신을 느낌으로써 현기증이 나는 교향곡을 듣고 있는 것만 같은 날의 화려하고 따뜻하며 모든 것을 품을 것만 같은 봄이라는 계절이 품은 이 화창한 날씨에 하품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주변의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속에 보이고 느껴지는 모든 것을 사랑할 필요는 없으니까. 내가 주관적으로 생각해 낸 감정의 표상이 아니라 하나의 객관적인 사실로 나타날 뿐이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규칙의 본보기가 되어 마법처럼 나타나는 스쳐가는 모든 것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한다.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제각기 혹은 함께 어울려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날이 있다. 그 사람들이 단어가 되어 한 페이지가 된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나뉜 뻔한 세계에 나 자신의 의미를 그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게만 쓴다. 낮에 풍경이 색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쓰는 장난처럼 여겼다면, 나는 알지는 못해도 이해하려 노력한다. 거리를 걸어가며 가끔 솔직하게 들리는 누군가의 대화를 듣는 것도 나의 의지는 아니니까. 사람들이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런 대화의 냄새만 맡아도 나의 역겨운 권태와 몸을 기어 다니는 거미떼 사이로 추방당하는 괴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내 인생에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를 치우며, 그 더미를 보고 그것을 역겨워했다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나의 마음에 쌓아준 쓰레기를 감사할 지경이다. 세상에는 자신들이 불행한 줄도 모르는 이 모든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것을 행복이라 착각하는 이들이 짜증스럽게 하는 날도 있지만, 그것도 그들에게나 나에게는 참다운 감성을 갖춘 자라면 느껴야 하는 마땅한 괴로움일 것이다.
신들처럼 우월하게
기쁨과 슬픔을 맛보는 것.
사람이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이것이
감수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능력 덕분에
사람들은 신들과 비슷해지려 하고
신들처럼 기쁨만을 먹고 살려하는지도 모른다.
시간을 낭비한다.
그런 낭비의 방식에도
미학은 존재한다.
무력화된 안내서를 들고
감각으로 걸어가면 되는 날에
빛이 쏟아진다.
정상적인 것을 추종하는 성향이 아닌지라
나의 성향에 대한 역설적인 진단을
내리지는 짓을
스스로 하고 싶진 않지만,
삶의 개입에
대처하는
기만함을 키워가야겠다는
마음을 쏟아지는 빛에 대어 쪼개본다.
다른 일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무장보다는 마음을 더 열어 두기로 한다.
기습에 대비해 말랑한 무관심으로
둘러싸여 있던 것들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묵묵히 받아들이는
심미적인 태도를 통해
인생과 생활이 가져다주는
모욕과 굴욕을
안겨주더라도
나의 담 안으로 들오지 못하게 하진
않을 것이다.
마음껏 들어와 머물다가라고.
이제는
그것마저도
나의 변함없는 관심사가 되어 버리는
내가 하거나
내가 할 수 있을
행동과 비슷한 행동을
취하는
나와 비슷할 뿐이라고 단정 지어
매듭을 지어버렸기 때문에.
하나의 악보처럼
음표를 새기는 하루가 지나가지만,
이것 조차도
이제
나에게는
자기만족이 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