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낙화』 - 이형기
가끔 시간이 되면 칼같이 떠나는 열차가
야속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도착할 때는 공수래처럼
저 멀리서부터 요란하게 들어와 놓고선,
갈 때는 사람 좀 탔다며
돌아보지도 않고 휙 떠나버리는데
이보다 더 쿨한 이별이 있을까 싶었던 겁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수년이 흘렀지만
떠나는 기차의 마음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젠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떠나면서 남기는 미련은
돌아올 때의 반가움으로 변해있다는 것.
저번에 보지 못했던 친구를 보자,
저번에 가지 못했던 해변을 가자!처럼
남은 미련이 다음의 만남을 기대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렇게 생각해 보니
기차의 마음도 조금 이해가 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떠나고 도착하는 열차는
이별의 고수이자 재결합의 선수이니까요.
언젠가 차마 이겨낼 수 없는 헤어짐이 찾아온다면
이런 기차를 생각하며 등 돌리려고 합니다.
남은 미련이 재회의 기쁨을 만들어 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