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

by 조성일

부드럽게
귓가에 맴도는 네 목소리가 좋았다.

남들 다 좋아하는 묵직한 중저음은 아니지만
나긋하게 전해오는 네 목소리에
하루의 피로가 씻기는 듯했고,

자기 전 잠깐 듣는 네 목소리에 편안함을 느꼈다.

침대에 누워 전화기를 얼굴에 올려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좋았다.

어둑해진 밤.
산책길에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너와 통화하는 것이
언젠가부터 내게는 취미가 되었다.

계절마다 느껴지는 공기와
잘 어우러지는
네 목소리는 참 달콤했다.

첫인상은 과묵했고,
깐깐해 보였고
약간은 재수 없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하루 일과를 쫑알대는 모습이
나를 피식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왜 말을 안하냐고
툴툴대는 너를 발견하곤 했는데

들려오는 네 목소리를 감상하는게 좋았다.

굳이
들려오는 달콤함에 내 말을 얹어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너에게는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랬다.

이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지만
아마 너는 모르겠지.

근데 오늘은 정말 바쁜가보네.
전화가 없는걸 보면.

저녁은 먹었으려나..?

이따가 전화가 오면
서운한 마음을 위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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