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ich Jan 14. 2019

거장의 예술혼, 40년을 회고하다

김환기展 2018. 5. 22~8. 19 대구미술관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74)의 화업 40여 년을 조망하는 회고전이 대구미술관에서 열렸다. 현재까지 열린 회고전 중 국내 최대 규모로 유화 및 드로잉 등 회화 108점, 작가 아카이브 100점을 2, 3 전시실에 공개했다. 환기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 국립현대미술관 등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모았다. 데뷔 초 구상에서 시작해 절정기에 이르러 전면점화(點畫)를 완성하기까지 김환기가 걸어온 길을 두루 살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전시구성은 시간의 흐름에 따르며, 활동지역을 옮겨 주제 및 화풍에 대별되는 변화가 나타났을 때를 기점 삼아 크게 ‘일본 동경 시대(1933~37)와 서울 시대(1937~56)’ ‘파리 시대(1956~59)와 서울 시대(1959~63)’ ‘뉴욕 시대(1963~74)’ 3 시기 별로 섹션을 구분했다.

    제2전시실 1번째 섹션은 유학시절부터 귀국 후 한국화단에서 활동할 때의 초기작을 전시한다. 김환기는 도쿄 니혼대학 예술부에서 유학할 당시 후기 인상주의나 야수파, 입체파, 미래파와 같은 서구의 미술 경향을 접하고 다양한 회화적 실험을 시도했다. 1937년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바다 산 구름 항아리 등 자연과 전통적 소재를 모티브로 우리 고유의 미의식을 표현하고자 했다. 2번째 섹션은 파리 체류기부터 뉴욕으로 떠나기 전 과도기를 다룬다. 1956년 파리로 떠난 작가는 1959년까지 약 3년간 유럽에 체류하며 6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을 가졌다. 타지 생활을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고민하게 됐고, 그 결과 항아리 십장생 매화 등 한국 전통 소재를 분할된 평면 속에 재배치하는 추상 정물로 시각화했다. 이때부터 1963년 상파울루 비엔날레까지는 한국적 소재를 푸른색 주조의 두꺼운 마띠에르로 표현했다. 2 섹션에는 상파울루 비엔날레 출품작 <섬의 달밤>(1961)도 공개했다. 마지막 섹션은 김환기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평가되는 전면점화의 탄생 전후에 집중한다. 1963년 작가는 뉴욕으로 건너가 타계할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1965년경부터는 이전과 달리 화면에 자연적 소재가 사라지고 순수한 색면, 점, 선만 남겼으며 물감을 얇게 펴 발랐다. 1970년 첫 점화가 나오기까지 아이디어의 발전과정을 담은 스케치, 과슈 작품과 십자구도의 유화, 종이나 신문지에 그린 유화를 모았다. 한 번도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붉은색 점화 <1-VII-71 #207>과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연작 중 가장 크기가 큰 <10-VII-70 #185>를 출품했다. 3 섹션에 마련된 개별 공간에는 김환기의 대표작인 푸른색 점화 5점을 따로 전시했다.

    제3전시실은 작가의 생애를 꼼꼼히 기록한 연표와 동료 작가들과의 친목모임 사진, 도록, 전시 포스터, 관련 서적, 영상 등 아카이브 100여 점으로 꾸몄다. 한쪽 유리 진열장에는 작가의 손때가 묻은 화구와 색색의 안료병을 안치해 시간의 흐름을 조명했으며, 마치 그가 전시실에 실존하는 듯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대규모 회고전 개최를 기념하며 한국 근현대미술사 서술에 힘써온 미술사학자 김영나 명예교수, 환기미술관 박미정 관장의 글을 실은 도록도 함께 출간한다. 개막 전날인 21일(월) 기자간담회에서 전시기획을 맡은 유은경 학예연구사는 “김환기 화백은 대구미술관과 어떤 연고도 없다. 그러나 서울까지 발걸음을 옮기기 힘든 지역민들이 대가의 작품을 직접 만나고, 40년의 창작 여정을 찬찬히 돌아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점화로 나아가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한지희 기자


원고 작성: 한지희

교정, 교열: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  

매거진의 이전글 아트페어, 대중을 향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