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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Jan 20. 2019

한국 전위미술의 중국 진출

이건용展 2018. 7. 15~9. 1 페이스 베이징


한국 전위미술의 주역 이건용의 베이징 첫 개인전(7. 15~9. 1 페이스 베이징)이 열렸다. 70년대 회화부터 <신체 드로잉> 연작의 최근작까지 회화 설치 이벤트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했던 작가의 50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이다. 1971년 첫 선을 보이고 파리 비엔날레에도 초대돼 국제 미술계의 이목을 끌었던 설치작품 <신체항> 또한 새롭게 재구성됐다. 이외에도 이벤트 장면을 기록한 아카이브 사진과 작업 구상을 위해 남긴 드로잉을

비롯해 총 35점을 출품했다.

    1960년대 후반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이건용은 평면의 캔버스에 갇히지 않고 ‘이벤트’의 속성을 이용한 실험으로 나아가며, 한국 현대미술의 전위적 흐름을 이끌었다. 전위예술단체 ‘공간과 시간’의 설립자이자 ‘아방가르드 그룹’ 주요 작가로 활동했다. 1975년 본격적으로 행위예술에 파고들면서 이후 5년간 선보인 50여 회의 이벤트는 주로 신체적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과 공간의 상대성을 탐구하고, 행위를 통해 신체의 한계를 확장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1970년대 한국의 억압된 정치상황에서 느끼는 암울함을 예술로 승화하려는 시도였다.

    이건용의 미학은 국내뿐 아니라 국제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올해 초에는 호주 시드니에서 단체전 <동일 면적: 이건용>(4A아시아현대미술센터 1. 20~2. 25)도 가졌다. 전시는 이건용의 이벤트 현장을 기록한 아카이브 사진과 대표적인 이벤트 7개를 시연했으며, 이와 함께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3인의 젊은 작가가 이건용의 작업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였다. 77세의 원로작가는 “작가가 매 순간 당대가 요구하는 과제를 예술로 절실히 표현한다면, 당대에는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드니 전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번 베이징 전시는 시드니 전시를 마치고 오래 지나지 않아 기획됐다. 페이스 서울 이영주 디렉터의 주도 하에 처음으로 작가와 페이스갤러리가 손을 맞잡았다. 중국 첫 데뷔에 작가는 상당한 만족감을 내비쳤다. “베이징 갤러리를 보고는 사실 공간이 너무 커서 걱정이 앞섰다. 막상 작품 설치를 끝내고 보니 둥글게 빛을 쬐는 실내조명과 옛 공장 건물의 소박함이 작품과 잘 호응했다. 또 7월 중순이라 관객 수가 적을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개막

전 아티스트 토크 때부터 사람이 많이 모였다.” 예상치 못한 현지 매체의 관심과 관객의 성원에 힘입어 14일 개막식 당일 예정에도 없던 <신체 드로잉 76-3> 연작 이벤트를 즉흥적으로 진행했다.

    한국 전위미술의 1세대 작가인 이건용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2014) 갤러리현대(2016) 서울 리안갤러리(2017)에 이어 내년 대구 리안갤러리에서도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전 세계 페이스에서 이건용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 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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