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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ch Jan 30. 2019

World Now / Summer

아트인컬처 2018년 6월호 'World Now'

올여름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가장 ‘핫’한 전시는 무엇일까? 글로벌 아트 씬의 동향을 살피는 ‘월드 나우’ 두 번째 기획을 공개한다. 여름 시즌에는 뉴욕 도쿄 로테르담 런던 리버풀 만하임 멕시코시티 바젤 베니스 빌뉴스 빌바오 상하이 파리 등 13개 도시에서 열리는 전시 15개를 선별했다. 첫째, 주제나 소재를 선택하고 매체를 활용하는 방식에서 ‘실험성’과 ‘도발적 성격’이 돋보이는 작가의 개인전을 소개한다. 이불, 데이빗 워나로위츠, 제프 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대규모 회고전이 이목을 끈다. 둘째, 기존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비전형적 디스플레이 방식을 제시한 기획전을 알아본다. 리버풀비엔날레, 발틱트리엔날레를 비롯해 루이비통 재단과 피노컬렉션의 ‘명품’ 전시가 포함됐다. 셋째, 최근 명성 있는 미술상을 받았거나 후보에 이름을 올린 눈여겨봐야 할 젊은 작가의 작업과,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술인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전시공간도 함께 소개한다. / 한지희 기자


'월드 나우' 서머 에디션 첫 페이지




AIDS 위기와 ‘문화전쟁’을 넘어서 <David Wojnarowicz: History Keeps Me Awake at Night> 7. 13~9. 30 휘트니미국미술관 / 미국의 게이 예술가, 작가, 인권운동가 데이빗 워나로위츠(1954~92)의 회고전이 휘트니미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컬렉션 디렉터 겸 큐레이터 데이빗 브레슬린, 명예 큐레이터 데이빗 키엘이 기획을 맡았다. AIDS 합병증으로 요절한 그는 미국 주류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된 ‘주변인’이었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작가는 1970년 말부터 뉴욕 이스트빌리지 아트 씬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퀴어’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작품으로, 미국 사회의 논쟁적 이슈(사회적 정의, 섹스, 빈곤, AIDS, 동성애 등)에 목청을 높였다. AIDS 위기가 친구와 애인을 포함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을 때에는 감염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싸우는 운동가로도 맹활약했다. 전시는 워나로위츠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작가로서 펼친 다양성을 살필 예정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AIDS 위기와 ‘문화전쟁’의 맥락에서 논의된 그의 작품을 미국인의 신화와 영속성, 폭력이라는 주제로 확장해 조명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대표작 <뉴욕 랭보> 연작, <무제(추락하는 버팔로)> <무제(언젠가 이 아이는…)>등과 미술관 소장품 다수를 함께 공개한다.


데이빗 워나로위츠 개인전(좌), Baltic Triennial 13(우)


정체성과 ‘소속’의 의미를 묻다 <Baltic Triennial 13: Give Up the Ghost> 5. 11~8. 12 빌뉴스 컨템포러리아트센터(CAC) 외 / 북부 유럽의 동시대 미술 축제 발틱트리엔날레가 13회를 맞았다. 발틱트리엔날레는 1979년 리투아니아가 아직 소비에트 연방에 속해있을 무렵 출발해, 젊은 세대의 사회비판적이고 비순응적인 태도를 발산하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13회의 주제는 <유령을 포기하라>. 총감독 뱅상 오노레는 예술 전문 출판사 드로잉룸컨페션 공동대표 겸 런던 헤이워드갤러리 시니어 큐레이터다. 이번 회는 처음으로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에 있는 기관 3곳이 합동 기획해 형식과 내용이 다른 3개 장으로 펼쳐진다. 행사 주제는 유령처럼 부유하고 분열된 현대인의 정체성을 포착한다. 과연 동시대에 어딘가에 소속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시는 ‘소속(belong)’의 가변적 성격과 그것을 둘러싼 담론의 복잡한 역사를 풀어낸다. 소속의 개념에는 독립과 의존을 포함해, 오늘날 정체성 담론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영토 문화 계급 역사 몸 형태 등의 이슈가 녹아 있다. CAC에서 열리는 제1장에서는 디스토피아적 지형을 문제 삼거나 비전형적인 유기체 형태를 띠는 작품을 전시해 영토와 사회적 실체라는 개념을 반문한다. 에스토니아의 제2장(6. 29 개막)은 소속감을 설명하기 위해 친밀감과 성애를 주제로 한 작품을, 라트비아의 제3장(9. 21 개막)은 관대함과 겸손에 관한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 제인 코르테즈, 피에르 위그, 레이첼 로즈, 멜빈 에드워드, 로르 프로보스트, 카차 노비스코바를 포함한 69명(팀)의 회화 드로잉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새롭게 부활한 레트로 여성 이미지 <Harumi Yamaguchi> 7. 6~8. 25 긴자그래픽갤러리 / 야마구치 하루미는 작가이자 광고인으로 활약했다. 도쿄예대에서 유화를 전공한 작가는 1970년대 도쿄 파르코백화점의 광고디렉터로 재직하면서 광고와 순수예술의 경계를 흐리는 화풍을 이룩했다. 그는 광고에 등장할 법한 여성의 모습을 집요하게 포착했다. 핀업걸처럼 과장된 몸짓을 보이는 파스텔톤의 ‘하루미 걸즈’가 그 주인공. 특정 맥락 없이 흰 배경에 등장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 속 여성의 일상을 천진난만하게 나타낸다. 작가는 아크릴 안료를 에어브러시로 분사해 여성의 피부를 탄탄하고 매끄럽게 표현했다. 2017년 소속 갤러리인 런던 프로젝트네이티브인포먼트와 뉴욕에서 선보인 개인전을 통해 국제 아트 씬에서 ‘하루미 걸즈’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작품 속 여성의 화려한 의상과 에로틱하고 동시에 역동적인 모습은 1970~80년대 일본의 여성해방운동이나 페미니즘의 맥락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단초가 된다. 그러나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이 내재한 광고의 문법을 도상으로 활용한 탓에 팝아트의 일종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전시가 열리는 긴자그래픽갤러리는 DNP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인 전문 전시공간. 1986년 설립한 이후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광고를 포함한 그래픽 디자인 전 영역의 작업을 전시 중이다.


하루미 야마구치 개인전(좌), 이불 개인전(우)


유토피아 탐험의 여정 <Lee Bul: Crashing> 5. 30~8. 19 헤이워드갤러리 / 이불은 현대사회를 성찰하는 날 선 주제의식과 독보적인 미감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런던 헤이워드갤러리에서 그의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한다. 전 헤이워드갤러리 수석 큐레이터이자, 현재 베를린 그로피우스바우의 관장인 스테파니 로젠탈이 기획했다. 군사독재, 경제발전과 세계화, 경직된 남북관계로 요약되는 1970~80년대 한국에서 청년기를 보낸 작가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볼 법한 사이보그 신체와 유기체적 형상 조각과 설치작품을 제작했다. 그의 그로테스크한 오브제는 젠더, 테크놀로지, 인종과 계급 등의 주제를 독창적으로 포착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작가는 지속적으로 몸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유토피아적 공간을 좇아 근대건축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관습적인 여성상을 비판하는 강렬한 초기 퍼포먼스 자료부터 최근 제작한 실크 벨벳 회화 연작까지, 그가 지난 30년간 펼쳐온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여정을 따라간다. 1990년대의 대표작 <화엄> <사이보그> <아나그램> 연작과, 2000년대의 <시비타스 솔리스 II>, <취약할 의향> 등 거대 설치작품도 포함됐다. 개관 50주년을 맞아 갤러리가 작가에게 의뢰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도 기대를 모은다. 오는 9월, 전시를 공동 기획한 베를린 그로피우스바우로 순회한다.




아름다운 세상이여, 너는 어디에 있는가? <Liverpool Biennial 2018: Beautiful World, Where Are You?> 블루코트 외 7. 14~10. 28 / 리버풀비엔날레는 리버풀에 동시대 주요 미술 흐름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지역과 긴밀히 조응하는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1988년 창설됐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제10회의 주제는 <아름다운 세상이여, 너는 어디에 있는가?>. 서펜타인갤러리 프로그램 부장을 역임한 총디렉터 샐리 탈란트와 온타리오미술관의 큐레이터 키티 스콧이 기획했다. 1788년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가 짓고, 1819년 오스트리아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가 음악으로 옮긴 동명의 시를 주제명으로 삼았다. 기획자는 이번 주제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세상을 살면서도 여전히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현대인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덧붙여 우리가 아름다움을 좇으며 보낸 230년을 한탄하기보다는, 오히려 과거를 성찰하고 더 호소력 있는 미감을 조성하기 위한 마중물로 여기기를 촉구한다. 프란시스 알리스, 재니스 커벨, 라미아 요레이를 포함해, 전 세계 22개국에서 모인 40여 명의 참여작 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제시할 예정이다. 한국 작가로는 강서경, 양혜규가 참여한다. 이들의 작품은 영국 최초의 아트센터인 블루코트, 복합문화센터 FACT, 테이트리버풀, 세인트조지홀 등 리버풀 시내에 분포한 전시공간과 공공기관 11곳에 선보인다. 특별전 <세상 속의 세상>에서는 공공기관 소장품과 건축물에 얽힌 유구한 역사와 뒷이야기를 풀어내며 비엔날레의 지역적 정체성을 강화한다. 지역주민과 깊이 연계하는 것이 비엔날레의 주 목표이므로 좌담회, 워크숍, 이벤트도 다수 마련했다. 참여작가 라이언 갠더는 리버풀 시내의 한 초등학교와 연계해 아이들과 함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0회로 예정된 공개 좌담회에는 참여작가와 큐레이터 경제학자 언어학자 미디어 사회학자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초청해 각자의 시선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특히 올해는 2008년 리버풀이 유럽연합이 지정하는 ‘올해의 유럽 문화 중심지’ 선정 10주년이자 지역의 대표적 미술관인 테이트리버풀의 30주년이기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시 정부와 테이트에서 주최하는 다른 문화행사와 비엔날레가 겹치며 지역 내 아트 신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Liverpool Biennial 2018




인류를 기록하는 거대한 기억장치 <Christian Boltanski: Storage Memory> 4. 25~7. 8 파워스테이션오브아트 / 프랑스 작가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지난 30여 년을 조망하는 첫 중국 개인전. 그는 설치 영상 사진 사운드 그림자극을 통해 개인이나 집단의 기억이 갖는 휘발성, 여기서 연상되는 유한성이나 죽음과 부재, 영혼 등의 주제를 고집스럽게 탐구했다. 볼탕스키는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 개인의 기억은 쉽게 변하거나 사라지지만, 여전히 진실하고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한다. 그는 작품에 일상의 사건과 사물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명암대비를 극대화하거나 사운드를 혼합함으로써 관객의 시청각을 자극하며, 나아가 우리가 일상과 역사적 맥락에서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닥트렸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한다. 전시 제목 <기억장치>는 작품을 통해 개인의 경험, 이것이 모여 형성한 집단의 역사를 기록하려는 작가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제시한다. 옷 10톤을 쌓아 올린 <페르손>, 관객의 심박수를 기록하는 <심장소리 아카이브>, 수백 명의 어린이와 노인 초상을 전시한 <기회-운명의 바퀴>를 포함한 대표작, 이번 전시를 위해 파워스테이션오브아트가 특별히 의뢰한 장소특정적 설치작업을 포함해 총 35점을 선보인다. 전시기획은 작가와 50년 가까이 교류한 큐레이터 장-위베르 마르탱이 맡았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개인전(좌), <Untitled>전(우)


전시는 어떻게 ‘교육’이 될 수 있나 <Untitled> 5. 6~9. 2 비테 데 비트 / 1990년 개관한 비테 데 비트는 전시기획 및 작품 커미션뿐 아니라 출판과 교육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비영리 현대미술관이다. 설치작품과 교육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연속 기획전 <무제>는 학예연구와 교육을 주역할로 삼는 기관의 성격을 잘 드러낸다. 장기간 매 시즌마다 다른 프로젝트를 선보일 예정이며, 이번이 첫 전시다. 소피아 에르난데스 총 퀴와 사무엘 살러마커스가 기획했다. 기관은 이 기획전을 러시아의 전통인형 마트료시카에 비유한다. 출품작은 매체의 특성에 따라 배치 방식을 달리하며,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품은 모습으로 전시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의 주제에 따라 작품과 아카이브 선반에 진열된 관련 서적도 추가, 교체된다. 전시실 두 벽면을 차지한 작품은 코스타리카 작가 페데리코 에레로의 벽화 <열린 봉투>. 벽화에 감싸 안기듯 배치된 테이블과 의자 유리 진열장 선반 등의 가구는 디자인 콜렉티브 무에블레스 마누엘의 작품이다. 유리장 2개에는 해당 시즌의 프로젝트 작업을 진열했다. 이번 시즌에는 미국 작가 앤지 키퍼의 <OHRHUT>, 벨기에 작가 제프 기와 미술관의 인연을 중심으로 비테 데 비트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아카이브 <제프 기와 머무는 집>을 전시한다. 전시와 함께 가을부터 로테르담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미술사나 비즈니스 매너 등을 가르치고, 교육생 일부를 고용하는 산학협력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루이비통재단의 미공개 소장품을 만난다 <In Tune with the World> 4. 11~8. 27 루이비통재단 / 2014년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미술관이 개관한 이래, 한 번도 이 공간에 전시한 적이 없던 주요 소장품을 최초로 공개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이브 클랭, 앙리 마티스와 같은 20세기의 대가는 물론, 과거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작가 29명의 작품을 선별했다. 인류와 세상과의 관계를 성찰하는 작업을 크게 2개의 시퀀스로 엮었다. 총 4층 중 아래 3층에는 1번째 시퀀스 ‘살아있는 세상 속의 인간’이 펼쳐지는데, 이는 다시 3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가장 아래층부터 차례로, 여러 형태로 인간의 신체를 표현한 ‘뒤집힌 사람’, 미술사의 대표작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여기, 무한히…’, 재료를 변형해 얼마나 다른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복사하는 빛’을 선보인다. 사이프리앙 가이야르, 피에르 위그, 필립 파레노 등 프랑스 출신의 작가뿐 아니라 게르하르트 리히터, 댄 플래빈, 이안 쳉, 아니카 이 등 세대와 국적을 아우르는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맨 위층에는 2번째 시퀀스로서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이 열렸다. 작가는 망가, 오타쿠 문화, 불교미술 등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가리지 않고 모티프를 차용해, 히로시마 원폭, 쓰나미처럼 일본이 겪은 어두운 역사를 화려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재탄생시켰다. 작가의 대표적 캐릭터 DOB이 등장하는 작업, 18세기 일본 미술풍의 화려한 필치로 동식물과 팔도 선인을 그린 벽화 <제 다리를 먹는 문어>, 일본 특유의 ‘카와이’ 미학에 초점을 맞춘 조각과 회화가 3개 전시실을 채웠다.


<In Tune with the World>전




연출된 현실의 ‘출현’ <Jeff Wall: Appearance> 6. 2~9. 9 쿤스트할레만하임 / 쿤스트할레만하임은 개관 특별전으로 캐나다 사진작가 제프 월의 개인전을 준비했다. 작가는 1970년대 말 라이트박스를 도입해 사진 전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 회화를 사진으로 재현하거나 일상을 재연한 그의 작업은 시각문화의 주요 담론으로 꼽히는 재현과 시선의 권력 문제를 담고 있다. 전시 제목은 작가가 직접 선택한 단어로, 영단어 ‘appearance’가 외양 등장 출연 출현 등 중의적으로 해석된다는 점에 착안했으며, 사진 이미지가 갖는 다층적 성격을 드러낸다. 그는 사진 이미지에는 기술적이고 은유적 성격이 내재할 뿐 아니라, 사진 속 현실 역시 얼마든지 연출 또는 조작 가능하다는 점을 줄곧 주제로 다뤄왔다. 전시에는 엇갈리는 시선 속에 권력관계가 내재함을 효과적으로 폭로하는 초기작 <여성을 위한 사진>(1979)부터 변장, 위장을 다룬 최근작(2014~5)까지 제프 월의 지난 40여 년을 대표하는 작품 30여 점을 출품한다. ‘수수께끼와 그로테스크함’ ‘이미지 내 이미지의 관계’ ‘실내의 인물’ ‘언어와 제스처’ ‘역할극과 상호작용’ 등 작품의 핵심 주제 5가지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큐레이터 세바스티안 바덴이 전시가 작가의 최근 컬러사진 연작을 비롯한 근작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라고 밝혔듯, 출품작 대부분은 1990년대 이후에 제작한 것이다. 10월부터 공동기획기관인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제프 월 개인전(좌), 라파엘라 보겔과 루크 윌리스 톰슨 개인전(우)


88년생 작가, 바젤을 손에 넣다 <Raphaela Vogel: Ultranackt> 5. 18~8. 12 & <Luke Willis Thompson: Human> 6. 8~8. 19 쿤스트할레바젤 / 1988년생 두 젊은 작가 라파엘라 보겔과 루크 윌리스 톰슨이 쿤스트할레바젤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둘은 지난 4월 아트시가 선정한 주목해야 할 작가 50인 ‘아트시 뱅가드’ 명단에도 나란히 지명됐다. 독일 작가 라파엘라 보겔은 영상과 조각을 결합한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밀접한 관계를 탐구한다. 펑크밴드 멤버이기도 한 그는 작업에 록음악을 적극 사용하며, 드론이나 달리는 말에 카메라를 매달아 강렬하고 도발적인 화면을 구사한다. 또한 작업 대상으로 화면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노출시켜 왔는데, 전시 제목 <완전한 나체>는 작가의 노출증을 반영한다. 그는 전신타이즈를 입거나 나체로 화면에 등장하며, 나체가 되는 것에 더 큰 권력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오는 8일에는 오클랜드 출신의 루크 윌리스 톰슨 개인전도 개막한다. 그의 영상과 설치, 퍼포먼스는 트라우마 폭력 인종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런던 치즌헤일갤러리 커미션작 <자화상>(2017)도 출품할 예정. 흑인 인권의 실태를 시적으로 고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흑백 영상은 톰슨을 2018 터너상 후보에 올린 결정적 작품이다.




수묵화를 연마한 멕시코의 이단아 <Dr. Lakra> 6. 2~8. 4 쿠리만주토 / 1999년 멕시코의 젊은 작가를 육성하기 위해 가브리엘 오로즈코, 모니카 만주토, 호세 쿠리가 합심하여 설립한 쿠리만주토갤러리. 20여 년 간 색다른 문화적 배경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업을 소개하며 멕시코 현대미술계의 다양화를 꾀했다. 닥터 라크라 개인전 역시 갤러리의 독창적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전시. 작가는 포스터나 성인잡지, 엽서에서 무작위로 이미지를 차용해 기존의 관습과 윤리에 도전하는 불손한 이미지를 만든다. 여러 문화권의 도상과 신화적 소재, 페티시와 금기를 주제로 회화 드로잉 벽화 콜라주 등을 제작해 왔다. 1990년대 아시아를 여행한 후 동양미학에 깊이 빠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본산 종이에 그린 수묵화 연작을 선보인다. 그는 지난 5년간 수묵기법을 연마하며 일본 고사에 나올법한 선승, 동식물 등 전형적인 일본의 도상에 천착했다. 특유의 직설적이고 어두운 유머감각을 가미해, 폭력 성욕 생존 신비주의 등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본성을 의인화한 형상으로 화면을 채웠다. 드로잉과 함께 동료 작가 아브라함 크루즈비예가스와 협업한 수제 술병 연작도 출품한다. 레이블 디자인부터 주조 및 병입까지 전 과정에서 작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술병에는 두 작가가 어떻게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는지 고스란히 담겼다.


닥터 라크라 개인전(좌), <Art and China after 1989>전(우)


1989년 이후의 중국 현대미술 <Art and China after 1989: Theater of the World> 5. 11~9. 23 구겐하임빌바오 / 지난겨울 뉴욕 솔로몬구겐하임미술관에서 선보여 논쟁을 불러일으킨 동명의 전시가 유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시는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중국 현대미술계의 변모과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냉전 이후 중국이 세계 권력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국제화의 급물살을 탔다는 점을 환기하며, 정치외교적 변화가 미술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점검한다. 전시는 정치 문화사의 주요 사건을 중심으로 30년을 6개 시기로 구분하고 도입과 종결부를 포함해 총 8개 섹션으로 구성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 이후 10년간 나타난 다양한 실험적, 개념적 작업을 정리한 <중국/아방가르드>전(1989) 이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이념, 도시계획 등 천안문 사태와 남순강화를 거치며 뜨거운 감자로 대두된 사회적 이슈를 미술계에서 어떻게 소화해냈는지를 시간 순서에 따라 톺아본다. 아이 웨이웨이, 차오 페이, 리우 웨이, 송 동, 쩡 판즈, 장 샤오강 등 중국 현대미술의 대표작가 60여 명(팀)이 참여하고, 회화 사진 설치 영상 퍼포먼스 및 사회 참여형 프로젝트까지 포함해 120점 이상이 출품됐다.



피노콜렉션의 야심작 <Dancing with Myself> 4. 8~12. 16 팔라조그라시 & <Albert Oehlen: Cows by the Water> 4. 8~2019. 1. 6 푼타델라도가나 / 프랑수아피노재단이 운영하는 현대미술관 팔라조그라시와 푼타델라도가나. 2006년, 2009년 개관한 이래 두 미술관은 피노콜렉션의 기존 소장품과 베니스라는 맥락에 맞게 제작을 의뢰한 신작을 꾸준히 공개했다. 4월 8일에는 에센 폴크방미술관 공동기획전 <나와 함께 춤을>과 독일 표현주의 작가 알베르트 욀렌 개인전 <물가의 소떼>를 나란히 개막했다. 기획전은 지난 2016년 에센에서 선보인 동명의 전시를 재편한 것으로 56점의 작품을 추가하고 전시 위치 및 동선을 개선했다. 루돌프 스팅겔, 낸 골딘, 마르셀 브로타스, 데미언 허스트 작업을 포함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작품의 주인공으로서 작가 자신을 다룬 사진 영상 회화 설치 등 140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대상이 화면에 재현된 방식에 따라 ‘멜랑콜리아’ ‘정체성 게임’ ‘정치적 자서전’ ‘원재료’ 등 4 섹션으로 구성했다. 욀렌의 개인전은 작가의 화업 40여 년을 조망한다. 1990년대 말에 제작한 컴퓨터 페인팅 작업과 2000년대 흑백 위주의 제한된 색상으로 기하학적 형태와 자유로운 곡선이 이루는 균형감을 표현한 작업을 비롯,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선보인 회화 85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비교적 대중에게 덜 알려진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이탈리아 개인전으로는 최대 규모. 작가는 게오르그 바젤리츠, 시그마 폴케, 게르하르트의 영향을 받아, 특정한 주제에 천착하기보다 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집중하고 회화의 형식적 한계를 뛰어넘는 데 주력해왔다. 전시는 연대기 순이 아니라 시대, 장르가 다른 작업이 만나 만들어내는 리듬감을 시각화하듯 작품을 배치했다. 욀렌의 화면 구성 방식이 리듬, 화음, 반복, 즉흥성과 같은 음악적 요소와 깊이 맞닿아 있음을 강조한다.


<Dancing with Myself>전

원고 작성, 편집: 한지희

감수: 김재석

디자인: 이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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