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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30. 2017

동학의 공부법(7)

-공부로서의 성지순례를 위한 몇 가지 제안 (1)

4) 공부로서의 성지순례를 위한 몇 가지 제안 


오늘날 성지순례를 천도교의 ‘수련’의 한 방법으로 제도화하고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각 개인이 이를 실천적으로 수행(공부)하기 위애서는 몇 가지 선행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① 성지와 사적지 

현재 천도교단에서는 일반적으로 네 분 스승님(최제우, 최시형, 손병희, 박인호)과 관련된 유적 가운데 종교적으로 분명한 계기를 갖는 장소를 ‘성지’라 하고, 그 밖의 유적을 ‘사적지’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구분도 명확하게 하여 규정할 필요가 있다. 또 스승님들의 행적과 관련된 성지·유적지와 더불어 동학혁명 당시 주요한 전투가 벌어진 지역(사적지)을 교회적으로 어떻게 의미를 부여하고 체계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방향 제시도 필요하다.

 

② 성지순례의 제도화, 체계화 

현재 천도교에서는 오관(五款;呪文,淸水,誠米,侍日,祈禱)을 비롯한 각종 종교의례와 일상 신앙 예절을 규정한 의절이 제정되어 있지만 ‘성지순례’의 의미와 형식에 대한 규정이 되어 있지 않다. 이를 의절의 일부로 편입하여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용담성지의 경우 용담정과 태묘(수운 최제우의 묘소), 유허지 순례는 물론이고 구미산을 등정하는 것과 경주의 첨성대 등을 돌아보는 일정한 코스를 만들어 이를 권장하는 일이다. 이렇게 각 성지를 찾아가는 방법을 표시하고 각 성지의 유래와 특성을 소개한 책자를 간행하며, 성지 고유의 의미와 부차적인 의미를 기록해 나가는 후속작업이 필요하다.

예컨대, 천성산 적멸굴의 경우 수운 선생의 49일 기도지이면서 의암성사의 ‘昔時此地見 今日又看看’ 강시(降詩)가 탄생한 성지의 의미도 된다. 이런 식으로 ‘부차적인 의미’는 세세연년 부가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적용하면 그러한 성지/사적지를 찾는 나 자신의 구도 과제를 투사하는 작업이 부가되어야 한다. 스스로의 문제의식이나 공부 과제 없이, 단지 스승님의 행적이나 역사의 자취를 찾는 것만으로는 '공부로서의 성지순례'의 의의가 구현되지 않는다. 


이와 더불어 예컨대 화악산 수도원의 경우 화악산 입구에서 수도원까지 ‘등산’하는 것이 수도원 수련을 위한 중요한 마음가짐이 된다는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도 ‘순례’의 수련으로서의 의미와 가치를 확장하는 좋은 착안점이 될 것이다. 

또 검곡의 경우 마북리에서 검곡(금등골) 현장까지의 묵언행만으로 해월신사의 마음을 체험할 수 있었던 필자의 경험 역시 사적이고 특수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경험했던 것으로, 역시 일반화·제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성지순례의 제도화나 그 의미의 확장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임승렬, <믿음과 수도와 고행 그리고 성지>, 『신인간』 301호, 1972. 11, 74~79쪽) 


③ 성지와 사적지 정비 

성지의 성역화, 성지와 사적지의 표지석 세우기나 정비 등은 교단의 해묵은 과제다. 이제 그 과제를 좀더 구체화·세분화하면 첫째, 성지의 표준화이다. 예컨대 용담정이 우리 교단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라고 한다면 <천도교성지 제1호>로 규정하고 이어 그 중요도와 성격에 따라 성지, 유적지, 사적지 등으로 계층화하여 각각 제2호, 제3호…로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역사적 유래, 현재의 규모, 권역, 앞으로의 정비 계획 등을 체계적으로 수립 관리하여야 한다. 

국가에서 ‘국보’와 ‘보물’을 지정하는 것, 또 각 지자체별로 ‘국보’ ‘보물’에서 제외된 ‘지방문화재’를 별도로 지정하는 것,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를 구분하여 지정 관리하는 것 등을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성지 사적지와 별개로 우리 교단이 보유하고 있는 ‘동산(動産)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에도 이 분류법을 일관되게 적용하여, <천도교보(天道敎寶)> 제1호부터 체계적으로 지정 관리해 나가는 것도 준비 시행해야 할 때다.(예컨대, ‘동경대전’ 계미판 원본이 있다면 그것이 우리 교단의 보물 제1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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