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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an 21. 2022

어떤 죽음: 연예인편

[모들새책소식] 



이 책은 경희대학교 인문학연구원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연구단’)이 인문학의 관점에서 의료 문제를 성찰하고 인간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연구한 성과물을 엮은 책이다. <어떤 죽음–죽음에 대한 인문학 이야기 : 연예인편>(이하 <어떤 죽음-연예인편>)은 오늘의 ‘대중사회’에서 ‘한 사람의 죽음’ 이상의 반향을 일으키는 연예인의 죽음의 전후좌우를 살핌으로써, 죽음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마련한다. 이 책에서는 가수 신해철, 배우 박주아, 작곡가 이영훈, 가수 구하라, 희극인 박지선, 가수 카렌 카펜터, 가수 오자키 유타카, 배우 장국영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 안에는 의료 사고의 문제, 병원과 환자 사이의 소통의 문제와 같은 전통적인 의료 분야의 사회적 이슈도 들어 있고, 개인의 자살과 가족, 그리고 그것을 대하는 언론과 사회의 문제에 대한 성찰도 담겨 있다. 또한 연예인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비극적인 욕망과 아픔도 들여다보게 된다. 



세상 모든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한 사람의 죽음은 한 개체의 생물학적 소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모든 죽음은 죽음 일반으로서가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일회적 사건, 우주적 사건으로 각각 존재한다. ‘한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 문학적 수사가 아닌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이름’은 그 ‘사람 우주’의 명칭이자 ‘전 생애담’의 제목이며, 그 삶의 ‘관계들’의 대명사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의 ‘부고’란에는 누군가의 죽음이 실린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누군가의 핸드폰으로 부고 메시지가 전달된다. 고령화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인간의 수명이 예전에 비해 늘어나고, 불치병이라는 말이 난치병이라는 말로 대체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8명이 자살을 하고, 5.5명이 산업 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매일 전국의 요양병원에서는 250명이 세상을 떠난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질병, 재난,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 어떤 이들의 어떤 죽음은 우리의 또 다른 현실이다. 


가족이나 친척, 가까운 지인의 죽음은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우리는 만난 적도 없는 유명인의 죽음을 접하며 슬픔에 빠지고, 우리의 삶과 사회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때때로 사회적, 문화적으로 유명한 이의 불의의 죽음은 그가 살아 있을 때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곤 한다. 특히 그 죽음이 일반적인 사망(노령)이나 병사가 아닌 경우에 그 파장은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로 커지기도, 때에 따라 새로운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또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비일상적인 경로의 죽음’을 대중에게 알리는 방식도 정교하게 다듬어져 왔다. 


<어떤 죽음–죽음에 대한 인문학 이야기 : 연예인편>(‘<어떤 죽음-연예인편>)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들의 죽음을 다룬다. 가수 신해철, 배우 박주아, 가수 구하라, 희극인 박지선, 작곡가 이영훈, 가수 카렌 카펜터, 가수 오자키 유카타, 배우 장국영 등의 죽음에 관련한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다. 공저자인 이상덕, 조태구, 최성민, 최우석 교수는 경희대학교 통합의료인문학연구단에서 인간의 질병과 의료의 문제, 더 나아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이다. 문학, 사학, 철학의 각각 전공 분야의 토대 위에서, 연예인들, 특히 연예인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쩌면 대단히 낯선 시도처럼 느껴진다. 


가수 신해철은 의료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사망 이후 ‘신해철법’이라고 불리는 의료사고 관련 법안이 제정되었고, 도심의 주택가 골목에 ‘신해철 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살아서 음악으로 세상에 변화를 꾀하던 뮤지션은 죽음 이후에도 세상의 일각을 바꾸어 놓았다. 배우 박주아는 병원에서의 치료와 수술 이후에 사망하였다. 죽음의 원인과 과정을 놓고, 유족과 병원 사이에 법적 다툼이 일어났다. 이와 관련하여 환자의 선택과 판단의 자율성 문제를 철학적으로 검토해보았다. 가수 구하라와 희극인 박지선은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한 사람은 죽음 이후에도 유족인 친모의 유산 분배 문제로 논란이 벌어졌고, 다른 한 사람은 어머니와 함께 세상을 떠난 것으로, 드러나지 않게 수많은 사람의 마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 두 경우를 두고, 죽음과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작곡가 이영훈은 가수 이문세의 수많은 히트곡의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었다. 사랑과 기억에 대한 노래를 만들던 작곡가는 죽음 이후에도 수많은 기억과 흔적을 우리에게 남겨 준다. 아마도 그 노래에 대한 각자의 추억들이 영원하기 때문일 터이다. 이때, 우리가 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이켜 보게 된다. 카렌 카펜터는 미국의 남매 밴드 카펜터즈의 드러머이자 보컬이었다. 독보적인 음색과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거식증과 섭식 장애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일본의 인기 가수 오자키 유타카와 홍콩 출신의 인기 배우 장국영의 죽음도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 죽음의 양상을 되짚어 가며, 대중의 인기를 갈구하는 연예인의 화려함 뒤에 비극을 잉태한 인간 본연의 욕망의 양상에 대해 거듭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한 사람의 죽음 뒤에, 그의 삶을 둘러싼 관계들을 성찰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도 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이상으로, 죽음 이후에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러한 영향이 긍정적인 의미로 사회에 남으려면, 죽음이라는 문제를 회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가령 자살이라는 문제를 선정적으로, 자극적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저 외면한다고 우리 사회의 자살 문제가 사라지거나,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때로는 소리 없이 잊히기를 바라며 죽어 갔다고 할지라도, 그 죽음의 의미를 발견하고 기억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의무이자 예의이기도 할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의 죽음은 필연적인 것이며,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일상적이고 흔하디흔한 것이 죽음이지만, 어떤 죽음도 일반화할 수 없고, 일반화될 수 없다. ‘일반화’란 인간이 한 사태를 ‘이해’하는 경로라고 볼 때, 어떤 죽음에 대해서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양해하지 못하는 성질’을 본능적으로 타고났다. 일반화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각각의 사례들을 열거해 가며, 무수한 이해의 방식을 발견하고 발명하는 수밖에 없다. 


삶을 표현한 것이 문학이라면, 삶을 성찰하는 것이 철학이고, 삶을 기록한 것이 역사이다. 그것을 아울러 우리는 인문학이라고 말한다. 인문학은 사람의 삶에 대한 학문이다. 모든 사람의 삶에는 죽음이라는 끝이 존재한다. 이 책을 시작으로 <어떤 죽음> 시리즈는 재난이나 전쟁, 질병으로 죽어간 사람들의 죽음의 전후좌우를 살펴보려 한다. 실제 인물이 아니라, 문학 작품이나 영화 속의 인물의 죽음에 대해서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삶에 대한 성찰 못지않게, 죽음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 책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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