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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pr 21. 2022

"오래 산 어린이 - 신현득"

서른아홉 번째 동시집 "내 것이 얼마나 되나?"




도서출판 모시는 사람들의 첫 동시집이기도 한, 신현득 시인의 <내 것이 얼마나 되나>의 원고를 받고, 편집을 하면서 강렬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아, 신현득 선생님의 어린이의 마음과 현자(노인)의 마음을 모두 갖추고 있구나!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망백(望百)의 연세, 아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하게 동시를 창작하고 계실 수 있겠지요. 아마도, 우리나라 최고령 현역 동시작가가 아닐까 싶고요, 세계적으로도 이마마한 동시작가가 계셨을까/계실까 싶습니다. 단지 연세만이 아니라, 그 작품 하나하나의 완성도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신현득 선생님의 덩치는 딱 송해 선생님을 닮았습니다. 두 분 모두 자기 영역에서 '최고령'과 '최고위'를 모두 차지하고 계신 점도 닮았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마음과 현자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이란, 소파 방정환 선생의 지론에 따르면, 가장 한울 본래에 가까운 마음이요, 가장 생생(生生-살리고 살리는) 마음이요, 가장 신선(新鮮/新善)한 마음이기 때문에, 현자의 마음이란 당연히 어린이 마음과 닮아 있겠지요.


또 하나 어린이는 천진무구라는 말 그대로, 사물을 선입견으로 왜곡하지 아니하고, 눈에 보이는 대로, 귀에 들리는 대로, 마음에 비치는 대로 그대로 말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길고 오랜 통찰력 수행을 거친 현자의 마음과 안목이 어린이와 닮은 것도, 그러리라 짐작이 됩니다. 


신현득 시인은 시집 서문(책머리에)에 "소파 방정환 선생님을 공부하는 동시집"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당신의 서른아홉 번째 시집을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에서 내게 된 것의 의미를 너무도 감사하게 밝혀 주셨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을 공부하는 동시집

이 책 [내 것이 얼마나 되나?]는 나의 서른아홉 번째 동시집입니다. ‘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에서 출간을 하게 되어서 큰 기쁨입니다. ‘모시는사람들’은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들을 위해서 [ 어린이] 지를 내셨던 <개벽사> 그 자리에서, 개벽사를 이어 온 출판사입니다. 소파 정신으로 출판문화의 탑을 쌓아 온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 문화운동이 독립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에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국 아동문학이 독립운동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자랑을 가진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뿐입니다. 자랑스러운 이런 역사가 이루어지게 된 것은 한국의 어린이 운동과 아동문학 시작을 소파 선생이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고마운 소파 선생이셨습니다.

그래서 이 동시집에는 소파 선생 일대기를 동시로 쓴 10여 편을 곁들여서 독자 어린이들이 방정환 선생에 대한 공부가 되게 했습니다. 마지막 작품 <소파 선생 쉼터에 호드기 소리>는 나의 스물두 번째 동시집 [작아야 클 수 있다](아동문학세상, 2008)에 실었던 것인데, 소파 선생 일생을 공부하는 데에는 꼭 필요한 작품이기 때문에, 다시 가져와 마지막 자리에 두었습니다.

출판을 맡아 주신 ‘모시는 사람들’ 박길수 사장님과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8월 일 / 신 현 득 


표제작 <내 것이 얼마나 되나?>에서 시인은 어린이 특유의 상상력이랄 수도 있지만, 이 세상이 구성된 원리를 통찰하는 현자의 모습을 재미있게 노래합니다. 여기서 어린이는 '5학년 신현득'일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만, 그건 중요한 일은 아니지요. 어린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과 볼 수 있는 진실을 노래하고 있으니까요. <내 것이 얼마나 되나?>의 주인공 어린이는 해와 햇빛, 달과 달빛이 모두, 저 밤하늘의 별까지도 모두 '내 것'임을 '알아차림'*니다. 


내 것이 얼마나 되나?


5학년 되고부터

골목길, 큰길이

우리 모두의 땅이란 걸 알았지.

“내 것도 되네.” 했지.

내와 강, 바다가 모두,

냇물, 강물, 바닷물이 모두

우리 거며 내 것인 걸 알았지.

“내 가진 게 엄청나네!”

저 하늘이,

우리 거며, 내 거야,

하늘 가득한 공기, 뜬 구름까지.

“내 가진 게 엄청, 엄청 많네!” 

해와 햇빛, 달과 달빛이 모두,

우리 거며 내 거야.

“아이구, 그것까지!”

지금은 6학년.

밤하늘, 저 많은 별이

우리 거며, 내 거란 걸 알았어.

“아이구나, 그것까지!”


그러나 그때 '내 것'이라는 앎은 '독점적 소유'와는 거리가 멀며, '내 것이나 내 맘대로 쓰는 것'과는 정반대입니다. 내 것이므로 더욱 소중히 여기며, 내 것이므로 "우리 모두의 땅"이고 "우리 거"임을 아는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신현득 시인의 동시는 어린이=현자의 동시이면서 "우주 참여"의 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알아차림: 사띠 


오늘의 지구호는 기후위기 등으로 말미암아 지구 전체(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의 지구인(어른, 선진국 사람)에게 필요한 마음은 바로 이 어린이의 마음입니다. 더 좋은(?) 동시 가운데서, 이 시를 표제작으로 삼은 이유가, 어쩌면 오늘의 어린이들이 가장 깊이 근심하는 것이 환경, 생태, 지구온난화, 생물대멸종의 문제라는 점을 느끼어 아시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이 시집에는 '우주 참여' 동시 외에 신현득 시인이 스스로 '현실 참여' '역사 참여' '통일 참여'라고 이름 지은 범주의 시들이 수록되고, 제5부에는 올해 제정 100주년이 되는 어린이날 제정의 주역인 소파 방정환 선생의 일대기를 따라가며 재미 있는, 그러면서 소파 선생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동시들이 실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 동시집"인 셈입니다. 

그 목차만 보면 이렇습니다.


젊어지는 샘물 94

아기 방정환 97

옛날 학교 일곱 살 학생 99

엄마 몰래 숨어서 울기 101

만세 함성 속에서 103

잡지 왕국 개벽사 105

소파 선생 뒤에는 일본 경찰이 108

『사랑의 선물』 한 권은 111

서울과 도쿄에서 어린이날 잔치 113

소파 선생 그 손길 116

소파 선생 이야기 솜씨 118

소파 선생 걸음걸이 120

겨레 어린이들 묵념 속에서 122

소파 선생 쉼터에 호드기 소리 125

(*마지막 작품은 재수록)


이 시만 보아도, 소파 선생의 일생을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습니다. 곧 다가오는 5월 1일이,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의 날입니다.(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에서 첫 어린이날 행사를 진행함 - 천도교중앙대교당(삼일대로 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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