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詩-027]
1.
봄은
새싹이
돋는 걸
'봄'
입니다.
새싹은
위에서 내리누르지 아니하고
해처럼 아래에서부터
돋아납니다.
어린이처럼 낮은 데서부터
자라납니다. *
2.
새싹은
흙을 이기며 돋지 아니합니다.
흙 사이로 틈을 얻어
돋아납니다.
봄은
겨울을 이기고 오지 아니합니다.
겨우내내 겨울을 살고
겨울을 덮어주며 옵니다.
새싹은
무성한 가운데서
돋지 아니합니다.
죽은 듯 마른 가지를 살리며
가지 가장자리에서 돋습니다.
봄은
따뜻한 날에야
오지 아니합니다.
얼어붙은 대지의 속살을 헤집어
제 스스로 온기로서 옵니다.
3.
봄은
생명의 싹을
'봄'
입니다.
4.
그러하므로
봄만
봄이 아닙니다.
네 안에 모신
생명을 보는 이는,
내 안에 모신
생명을 보이는 이는
모도가 봄, 입니다.**
나는 너의 봄, 입니다.
너는 나의 봄, 입니다.
모도가
모도가
고마우신
모시는
봄,
입니다.
* 소파 방정환 선생의 말씀을 변주함.
** 모도가 봄이다 : 방정환의 '소설-유범'의 일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