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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r 03. 2022

모도가 봄이다

[牛步詩-027]


1. 


봄은


새싹이  


돋는 걸 


'봄'


입니다.


새싹은 


위에서 내리누르지  아니하고


해처럼 아래에서부터


돋아납니다.


어린이처럼 낮은 데서부터 


자라납니다. *


2.


새싹은


흙을 이기며 돋지 아니합니다.


흙 사이로 틈을 얻어


돋아납니다.


봄은


겨울을 이기고 오지 아니합니다. 


겨우내내 겨울을 살고


겨울을 덮어주며 옵니다. 


새싹은


무성한 가운데서


돋지 아니합니다. 


죽은 듯 마른 가지를 살리며

가지 가장자리에서 돋습니다. 


봄은


따뜻한 날에야


오지 아니합니다. 


얼어붙은 대지의 속살을 헤집어


제 스스로 온기로서 옵니다.


3. 


봄은


생명의 싹을 


'봄' 


입니다. 


4.


그러하므로 


봄만


봄이 아닙니다.


네 안에 모신 


생명을 보는 이는,


내 안에 모신


생명을 보이는 이는 


모도가 봄, 입니다.**


나는 너의 봄, 입니다.


너는 나의 봄, 입니다. 


모도가


모도가


고마우신


모시는


봄,


입니다.


* 소파 방정환 선생의 말씀을 변주함. 

** 모도가 봄이다 : 방정환의 '소설-유범'의 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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