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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1. 2022

[설교] 어린이날 100주년에 부쳐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 설교(천도교중앙대교당)

다시 100년을 내다보며 

-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에 



모시고 안녕하십니까? 


오늘, 5월 1일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입니다. 어린이날은 1921년 5월 1일에 천도교청년회 산하에 있던 소년부를 독립시켜서 ‘천도교소년회’라고 하는 특설단체를 창설한 것이 그 기점이 됩니다. 방정환 선생을 비롯해서, 김기전 차상찬 등의 당시 청년 지도자들이 이 일을 주도합니다. 그리고 1922년 5월 1일, 천도교소년회 창립 1주년 기념행사로서 ‘어린이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한 것이 어린이 날의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100년 전 바로 오늘 이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방정환 선생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천도교소년회 회원들이 어린이의 날 기념식을 거행하고, 거리행진을 하면서 어린이를 존중할 것을 주장하고, 어린이들 스스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자는 운동을 전개한 것입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여, 어제 4월 30일에는 이곳 중앙대교당 앞마당에 설치된 무대에서 교령님을 비롯한 천도교인과 어린이날의 정신을 기념하고자 하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서 어린이날 제정의 의의를 되새기고,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운동 정신을 기념하며, 다시 새롭게 미래 100년을 준비하자는 약속을 다지는 전야제 ‘4월 그믐날 밤’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4월 그믐날 밤’은 방정환 선생의 대표 동화로,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밤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날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어린이들의 마음을 동물들에게 빗대어 그려낸, 아름다운 동화입니다. 이 동화는 맨 마지막 문장이 “5월 초하로는 참말 새 세상이 열리는 첫날이었습니다.”로 끝이 납니다. 어린이날의 참된 의미를 심장하게 담고 있는 문장입니다. 


그리고 오늘 바로 이 시간에는 100년 전의 5월 1일, 어린이날 거리행진을 재현하는 행렬이,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있는 방정환 선생 생가 터를 출발하여 세종로와 종로를 거쳐서 이곳 천도교중앙대교당으로 행진해 오고 있습니다. 잠시 후 12시 30분경 대교당에 도착하여, 어린이날 제정100주년 기념식 - 모도가 봄이다를 진행합니다. 어제의 전야제 행사는 주로 어른들이 어린이운동의 정신을 되새기고 앞으로 더 열심히 어린이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였다면, 오늘은 어린이들이 주체가 되어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어가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기념식의 날입니다. ‘모도가 봄이다’라는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 기념식의 주제도 방정환 선생의 소설의 한 대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개벽� 지 창간호에 발표한 <유범(流帆)>이라는 소설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처음 바표 당시는 일제에 의해 삭제됨); “모도가 봄이다. 산도 봄, 물도 봄이고, 사람도 봄이고 공기까지도 봄 공기이다. 그 부드럽고 따사한 봄바람에 섞이어, 가장 유창하고 가장 평화로운 노래 소리가 독립문 전체를 싸고돈다.” 이 문장은 아름다운 노래로도 만들어져 오늘 기념식에서도 함께 부르게 됩니다. 여기서 봄은 천도교가 말하는 개벽 세상이요, 독립된 우리나라, 사람과 만물이 어우러져 사는 새 세상이라는 것은 한 번만 들어도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기념식은 이러한 어린이날의 의미,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운동 정신을 되새기며,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뜻깊은 장이 될 것입니다. 


그 밖에 천도교에서 준비하는 행사로, 경주 용담정에서는 경상도 지역의 천도교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념행사가 진행되고, 하반기에는 <어린이> 잡지를 온라인으로 복간하여 발행하는 사업도 전개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직접적인 것이고, 천도교가 간여하는 전체 사업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선 이곳 대교당에서는 5월 5일부터 26일까지 한국아동문학100년 기념전시가 21일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 기간 동안 수많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이곳 중앙대교당을 방문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들은 아동문학 100년의 역사만이 아니라, 어린이도 한울님이라는 천도교의 사상이 바로 어린이운동 근본정신이라는 것을 더 깊이 직접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그 밖에 전국 곳곳에서 많은 어린이운동 단체들이 어린이날 제정10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펼칩니다. 이 행사들에도 천도교중앙총부가 공식 후원 기관으로 참여하고, 천도교어린이날100주년기념사업회가 품앗이 형태로 후원하며 참여합니다.  


이런 행사들을 준비하면서, 저희 추진위원회 위원들이 가장 중점을 둔 사실은 대한민국의 어린이날이 1922년에 시작되었고, 올해가 그 100주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다행히 저희와 공동으로 올해 행사를 준비하는 단체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많은 어린이 관련 행사들이 ‘어린이날 100주년’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있습니다. 우리 천도교인들은 이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도 1923년을 어린이날의 기점으로 아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이후에는 바로 이곳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천도교청년들과 천도교소년회원들이 1922년 5월 1일에 어린이날을 시작했다는 점이 더 널리 알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것은 역사적 사실, 날짜 하나를 바로잡는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날의 근본정신이 무엇인지, 그리고 바람직한 어린이날, 어린이 운동이 어떤 사상적 바탕 위에서 전개되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이 행사들은 모두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 중앙총부 내에 설립되어 있는 어린이운동 단체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그 이름이 같은 것이 아니라, 올해 행사를 함께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천도교에서 어린이날이 시작된 만큼 그 뜻을 잘 계승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천도교에서 내세우고 있는 핵심 목표를 올해 100주년 기념행사, 기념사업의 중심 주제로 내세우자고 합의를 하고 각 단체에서 주체하고 주관하는 행사에도 이 주제를 내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라는 말은 100주년 이후에 다시 천도교가 힘차게 펼쳐나갈 어린이운동의 새로운 좌표와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내년 2023년 5월 1일은 ‘어린이 해방 선언 100주년’이 됩니다. “어린이를 윤리적,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케 하라!” 하는 말로 시작되는 어린이 해방 선언이 중심 주제입니다. 이 해방 선언도 천도교의 방정환 김기전 등 지도자가 만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올해만이 아니라, 내년까지도 중심에 서서 오늘날의 어린이운동이 제자리, 제 궤도를 잃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정신적 지도기관의 역할을 다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에 즈음하여, ‘어린이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정신 이외에 어린이날의 정신을 더 근본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천도교인이라면, 어린이날의 더 깊고 근본적인 의의를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어린이 운동의 깊은 속내는 새 생명운동 즉 새 한울 찾기 운동이요, 새 세상 만들기 운동이요, 새 사람 되기 운동, 즉 ‘새로움의 운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새로움 운동에 어린이를 앞장세운 것은 그들이 가장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가장 새로운 사람이요,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의 새 세상을 건설할 주역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해월신사의 ‘어린이도 한울님이니 어린아이를 때리지 말라’라고 하는 말씀은 직접적이고 감각적인 측면에서 어린이운동의 바탕이 되었다고 한다면 이 새 한울 찾기, 새 세상 만들기, 새 사람 되기야말로 어린이운동의 좀 더 근본적인 정신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다름 아니라 수운대신사의 “다시개벽 정신”, 해월신사의 “새 한울 새 땅에 사람과 만물이 또한 새로워질 것이니라” 하신 천지인 개벽 정신, 그리고 의암성사가 “낡은 것이 오래면 새로워져야 한다”고 하신 정신개벽, 인문개벽 정신이 바로 어린이운동의 근본정신임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며, 어린이운동은 바로 다시개벽운동이었다는 것, 방정환 선생은 다시개벽의 실천가였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어린이날은 어린이만을 위한 날이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아저씨 아주머니 모두를 위한 명절입니다. 이 표현도 제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방정환 선생이 1920년대에 여러 곳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말씀입니다. 한울님의 생명력을 모심을 알고 새 세상을 꿈꾸며 늘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천도교인은 누구나 어린이와 같은 한울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다짐하는 날이 바로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운동은 어린이에게 선물을 사 주고 놀이공원에 데리고 가서 하루 동안만 놀게 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생명력 넘치는 한울사람으로 거듭나는 날이라는 말씀입니다.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는 다른 말로 “어른이 행복한 나라”이기도 한 것입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는 10년 후 미래의 사람이니, 과거의 사람인 어른이 어린이를 내리누르지 말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때 어린이는 나이 어린 사람만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소외되고 억압받고 또 빈곤과 외로움에 시달리는 노인, 외국인 노동자, 사회적 소외계층, 나아가 오늘날 큰 위기에 처한 기후나 동물, 식물 등 자연 생태계까지가 바로 이 어린이운동 정신의 범위 안에 있는 것입니다. 이 역시 방정환 선생의 글 곳곳에서 묻어나는 정신입니다.  


셋째, 어린이날을 맞이하며, 일반 세상의 어른 말고, 우리 천도교의 어른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어린이운동은 그 일을 맡은 천도교청년회나 단체의 담당자들, 그리고 전문가들이 하도록 격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보다 우리 일반 천도교인들이 할 일은 세상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그 일을 알아보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가 가사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알아주려고 하는 만큼, 그리고 관심을 갖는 만큼 세상 사람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우리를 알려고 노력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천도교인들은 오랫동안 세상 사람들이 천도교의 훌륭한 교리와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것에 속상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생각을 바꾸어서, 내가 먼저 세상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또 그들을 격려해 주는 일을, 한 가지만이라도 해 보자고 말씀드립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어린이운동의 주역이자 주인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주인은 손님으로부터 대접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손님을 초대하고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정성으로 다가가는 만큼 그들도 천도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저것 다 제하고라도, 오늘부터 내년까지 1년 동안 천도교중앙대교당을 찾아올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고 주인 노릇을 잘 한다면, 그들 또한 천도교의 어린이운동 정신과 역사에 대해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갖고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이것은 바로 오심즉여심의 마음을 이 세상에 펴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정환 선생은 어린이 운동을 시작하면서 “10년 후의 조선을 생각하라”라는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저는 오늘 천도교의 어린이 운동은 10년 후, 100년 후의 우리나라와 이 세상을 생각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바로 10년 후의 천도교를 생각하는 운동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 점을 다시 한 번 깊이 마음에 새겨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는 어린이날 행사의 주간이기도 하지만, 어버이날도 이 달에 있고, 스승의 날도 이 달에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교단으로서는 의암성사 환원 100주년의 날이 바로 이 달에 있습니다. 마음과 몸이 모두 바빠지는 5월이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조금씩이라도 내 역할을 찾아서 보탬을 주는 우리 천도교인이 되자고, 그리하여 우리 천도교로 말미암아 좀 더 행복하고 좀 더 평화로운 세상이 되는 데 이바지하는 천도교인이 되자고 당부 드리면서 설교를 마칩니다.  


* 이 글은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인 2022년 5월 1일, 첫 어린이날 행사가 열린 천도교중앙대교당에서 열리는 시일식에서 진행한 설교 원고를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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