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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Apr 04. 2022

천도교수도공부-수도의 단계

개벽라키비움-천도교수도공부모임7


일곱 번째, 개벽라키비움-천도교수도공부모임이 3월 31일(목) 저녁에 진행되었습니다.(여섯 번째는 3월 17일 견성(見性)공부-마음공부와 견기(見氣)공부-기운공부를 중심으로 진행하였음)

이날은 “수도의 단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좌장인 라명재 동덕의 발제와 함께하는 분들의 열띤 문답과 토론으로, 재미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날의 공부 내용을 라명재 동덕이 정리한 것을 독자 입장에서 일부 수정하여 소개합니다.


*          *          *

(이하 진행 및 정리 라명재 - 송탄교구장)


1. 천도교 견성-견기 공부의 단계는 크게 보아 <무체법경>에 나오듯이 “자천자각-해탈-견성”의 순서로 알면 되겠다. 좀더 세부적으로 자천자각이 되기 위해선 습관 된 자의식을 버리고 한울님 마음과 하나 되는 강령(降靈)이 우선되어야 하고, 강령 이후에는 한울님 가르침을 받아 정진하는 강화(降話)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월산 김승복 선생이 생전에 “강령-강화-자천자각-해탈-견성”의 다섯 단계로 정리해서 말씀하시곤 했다.


2. 대도를 견성하여 진리와 하나 되는 것이 마지막 단계, 즉 도성덕립(道成德立)이 되는 것이 천도교 수행의 목표이다. 진리를 바로 보고 깨닫기 위해선 진리를 바라보고 생각하는 내 마음을 수행해야 한다. 마음을 닦는 것이 견기공부이고, 삼심관의 허광심(虛光心)-여여심(如如心)-자유심(自由心)의 계단이다. 그렇게 마음이 자의식을 벗어나 치우침 없이 공도공행(公道公行)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으면, 진리를 바로 볼 수 있으니 이것이 견성각심(見性覺心)이다. 세상의 이치를 바로 보고 바로 알 수 있다. 세상의 모습과 일이 왜 이런 모습인지 그것을 아는 공부가 이치 공부이고 <무체법경> ‘삼성과(三性科)’에서 그것이 인과의 이치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는 과정인 삼심관과 그 마음으로 삶의 인과를 깨달아 가는 삼성과는 같이 공부해야 한다.


3. 수련을 통해 한울님 마음과 하나 되고, 성인이 될 수 있는 것이 천도교 공부법이다. 다만 기존의 관념이 성인은 특별한 사람들, 교조만 그 경지에 오를 수 있고,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이상적 목표를 향해 닦을 뿐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고정관념이 있어서, 수련을 안내할 때 부닥치는 질문이기도 하다. 천도교인 중에도 수련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같은 고정관념으로, “시천주-인내천은 그냥 이상적인 경지를 말씀하신 것이다”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천도교를 신앙한다는 것은, 내 자의식을 넘어 한울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큰 우주의식과 소통이 되는 순간이 강령이고, 시천주이다. 이런 일시적 강령을 일상에서도 느끼고, 삶에 그러한 체험이 확장이 되면 그것이 양천주의 수행이다.


4. 그러한 수행의 과정에서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문득 알게 되기도 한다. 즉 스승님의 가르침을 배워 수행하는 지기도(知其道)가 한울님의 지혜를 받는 수기지(受其知)로 확장되는 것이다.


5. 강화의 가르침은, 자문자답(自問自答)이 있고 강화가 있다. 평소 의문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을 지극히 하며 기도하면 거기에 대한 답이 떠오르는 자문자답의 형식으로 나오기도 한다.

반면 내 습관된 자의식이 사라지고, 마음이 거울처럼 잔잔하고 맑아지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깨달음이 깊은 내면에서 울려나오기도 한다. 그야말로 벼락같은 직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강화의 가르침을 얻기 위해선 기도하는 마음이 간절해야 한다. 절실함이 극에 달하면 기도의 응답을 들을 수 있다. 큰 목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한울님에 대한 두려움, 경건함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때문에 대신사께서 처음 한울님 말씀을 들었을 때도, “두려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포덕문) 고 하신 것이다.


6. (한 참석자) 내 경우에는 처음 강화의 말씀이 “네 어머니가 한울님이시다” 하는 가르침이었다. 그 소리가 온 천지에 메아리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전까지 어머니를 한울님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평소에 작은 체구의 평범한 어머니는 아침저녁 청수 모시고 기도를 열심히 하시긴 했지만, 특별히 다른 어머니들과 다를 바 없는, 그저 늘 보는 가족일 뿐이었다. 나는 여느 자식들처럼 맨날 엄마에게 시비를 걸었었다. 그런데, 한울님이라니? 그 소리를 듣고 “예?” 하고 반문했었다. 그만큼 생각지 못했던 의외의 가르침이었다. 그리고 그 작고 연약한 내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나를 낳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감사함, 한울님은 진리는 멀리 있지 않았다는....

어머니는 늘 심고드릴 때 “보국안민 포덕천하 광제창생 지상천국의 대원과 가중차제 우환 없이 일년삼백육십 일을 일조같이 지내게 해달라는 기원을 하시고 맨 마지막엔 평생 포덕을 못하고 자식들만 포덕 했으니, 자식들이 포덕을 잘하는 천도교 일꾼이 되게 해달라고 하셨다.” 그 모습이 떠오르면서 또 한번 감사하는 마음이 들고, “일꾼이 되겠습니다”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또 어느 때는 낮은 남성 목소리로,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한울님이시다” 이런 말씀을 듣기도 했다.


7. (계속) 이렇게 전혀 생각지 못했던 가르침이 강화로 나오기도 하지만, 공부나 일이 풀리지 않고 막혔을 때 간절한 마음으로 질문을 하면 그 답이 강화로 들려오기도 한다. 

덕에 대한 물음이 생각나서, 한울님 덕이란 무엇입니까? 하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생생지위덕야!” 하는 답이 들려왔다. 생명을 낳고, 낳는 것, 또는 살리고 살리는 것이 덕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말씀으로. 이 구절은 <서경>에선가 예전에 공부하면서 봤던 구절이었다. 전에 읽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던 구절이었지만, 한울님 말씀으로 들으면서 다시금 그 뜻을 생각해 보고, 그 의미가 가슴에 와 닿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로는 어려운 사람을 내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야지 하는 마음이 생겨 그렇게 하고 있다.


8. (계속) 강화는 부모님에게 여쭤보는 것처럼 가르침을 받는 것이다. 마음이 수행으로 확 밝아지면서 궁금한 이치를 물어보고 답을 듣는 단계로 그러면서 공부가 깊어지고, 진척이 된다.

 다만 한울 이치와 관련 없는 현실의 일들을 물어보면 답이 엉뚱하게 나오거나 틀린 답이 나오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영이 밝아져 귀신같이 알다가, 주변 사람들이 다음 교령 누가 되나? 월드컵이 한국에서 열리나, 일본에서 열리나? 이런 문제들을 물어보게 하면, 엉뚱한 답이 나오기도 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런 질문은 받지도 않고, 스스로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 


9-1. 또한 어느 정도 수련이 진척이 되면, 차츰 강화의 가르침도 없어진다. 마치 어렸을 때는 알려 주지만, 좀 크면, 네 스스로 알아봐라! 하면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과 같다. 마음공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해보고, 고생도 하며 애써서 체득하는 것이다. 인간의 성장과 수도를 통한 성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9-2. (참고) “그러나 강화도 아직 도에 달하지 못한 초보입니다. 사람이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고 머무는 것이 다 한울 법을 범하지 아니하여 강화의 가르침과 같아진 연후에야 가히 이르렀다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신사의 말년에는 강화의 가르침이 없으셨으니, 생각건대 사람의 말과 행동이 원래 이것이 심령의 기틀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마음이 바르면 무엇이 강화의 가르침이 아니리오.”(해월신사법설, 기타)


10. 이러한 강령과 강화 같은 이적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두려워한다. 또한 이성적인 사고를 하도록 어릴 때부터 제도권 교육으로 훈련되어 온 현대인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사태에 직면하면 거부하거나 더 이상 진입을 하지 않고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 이성이 우주의 진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1%도 안 되는 극히 적은 것이다. 그 한계를 뛰어 넘어야 무한한 한울 진리에 들어 갈 수 있다. 수련 과정에서 그런 한계에 부닥치면, 본능적으로 절벽에서 밧줄 하나 필사적으로 매달리듯이 자의식을 붙들려고 하게 된다. 그 밧줄을 놓으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가? 의식이 죽는가? 아니 오히려 한울님께서 내 몸과 마음을 받아주시고자 기다리고 있다. 그러한 한울님에 대한 100%의 믿음, 이런 과정을 거쳐 습관된 자아를 해방하고 한울사람이 되는 길을 여신 스승님들에 대한 믿음, 이런 모든 가르침이 진리라는 믿음으로 맏겨야 한다. 한울님께 모든 걸 맡기고, 아기가 엄마에게 모든걸 맡기듯, 용기 내어 자의식의 끈을 놓고 무한한 한울의 세계로 들어가야 공부가 한 단계 나아간다. 그게 시작이다.


[개벽라키비움은 개벽의 라이버러리, 아카이브, 뮤지엄 복합공간을 지향합니다.]

[천도교수도공부모임은 격주로 진행됩니다. 현재는 비공개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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