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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May 03. 2022

인류세의 인간, 호모플라스티쿠스

독서일기 001

최원형 지음, [착한 소비는 없다](자연과 생태)를 보면, 사람은 하루에 미세 플라스틱을 5g쯤 섭취한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하나의 무게라고 합니다. 


책을 삽시다.. 책은 보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입니다. 

이 중 많은 양이 곧 체외로 배출될 테지만, 그중 일부는 체내에 축적된다고 봐야겠지요. 하루에 그 1/1000인 0.005이 축적된다고 해도, 1년이면 1.5g씩 내 몸의 구성성분이 플라스틱으로 채워지는 셈입니다. 


경천동지할 일이기는 하지만, 돌아앉아 생각해 보니,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적에 도시락 반찬의 주 메뉴 중 하나인 쥐포는 '쥐치'라는 생선을 주 재료로 합니다. 이 고기는 한때는 그물에 잡혀도 모두 바다에 다시 내버리던 고기라고 합니다. 맛이 없어서(?) 또는 너무 흔해서였다고 하지요. 1980년대에는 그것이 '싼 반찬'거리로 승진하더니, 오늘날은 그래도 횟감으로까지 소용되는 묘양입니다. 그 밖에도 한때는 먹지 않던 것들을 지금은 먹게 된 사례는 비일비재할 겁니다. 


그러니,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해서 유난을 떨 일이 아닌 셈입니다. 그렇게 인간은 진화(?)해 가는 셈이라 치면 그뿐입니다. 이렇게 몇 십년 혹은 몇 백년 지나면, 인간은 영원히 썩지 않는 몸을 가진 생물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야말로 '호모데우스'이며, 인류세를 살아갈 인류 - '호모플라스티쿠스'인 셈입니다. 


게다가,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은 우리가 흔히 보는 플라스틱 병이나 제품, 특히 바닷가를 어지럽힌 플라스틱 제품 쓰레기들보다, 우리가 늘 입는 '합성섬유'로 된 옷을 빨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인류세 시대 성경 1절은 바로 "네게서 난 것이 네게로 돌아가리라!"로 삼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사회적 거리두기 완화(2022년 5월 1일 기점)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포스트' 코로나가 아니라, '비포어' 코로나가 되는 건 아닌지 점점 우려가 됩니다. 아직도 거리에는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며 다니지만, 우리 삶은 근본적으로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스런 예감'이 뇌리를 스칩니다.


물론, 이면에서는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을 더 안 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반면에 '읽기'라는 행위 자체는 더욱 빈번해졌습니다. 그렇게 보면, '사회적으로'는 포스트 코로나가 진행되는 반면, 개인, 혹은 개-기업(출판사)은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한 진단이라고 하겠지요. 


생존을 위하여서, 세상 걱정을 하기에 앞서서, 개인 혹은 개-기업이 신속하게 '포스트'-코로나에 적응해야 하는 때인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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