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의 철학, 동학 다시 읽기
제3편 사회관
제1장 사회진화사상
제1절 성악설을 바탕으로 한 사회계약설
제2절 성선설을 바탕으로 한 사회계약설 (이상 지난호)
제3절 자연도태설을 바탕으로 한 사회진화관
19세기에 들어서면서 루소의 사상을 대신하여 새로운 사상이 일어났으니 이는 곧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것이다. 다윈은 긴 세월을 허비하여 산야(山野)를 발섭(跋涉)하며 연구에 몰두하여 생물을 관찰한 결과 생물계는 진화한다는 것, 그 진화의 원인은 생물이 각자 가지의 생존을 계속하려고 투쟁하는 데 있다는 원리를 발견하였다. 즉 '생존경쟁'이 진화의 원인이 된다는 말이다. 생물은 우승열패(優勝劣敗)의 원리에 의하여 가장 생존경쟁에 능한 자(=요소)가 유전의 원인이 되고 자연도태의 승리자가 된다. 이것이 생물의 진화법칙이다. 그리하여 생존경쟁은 사람 이외의 생물뿐이 아니라 인간계에서도 또한 이 법칙이 유행하게 된다고 하였다.
다윈은 나아가 자연계의 생존경쟁을 개체와 개체 사이에만 두지 아니하고 단체와 단체 사이에도 이 경쟁의 법칙이 시행된다 하였다. 이미 단체적 경쟁을 인정한 이상 개체 간에 무서운 투쟁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로 아울러 단체를 조직한 개체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상호부조(相互扶助)가 행하게 되어 희생, 헌신, 단란(團欒)의 아름다운 도덕이 시행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다윈은 누누이 말한 가운데 동물은 자기네의 동무 가운데서는 피차 쟁탈의 자취가 끊어진 대신에 협동의 행위가 있다 하였다. 그 결과 여하로 지력(知力)과 도덕과의 발달이 생겼으며, 그리하여 그가 종속 생존의 제일조건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위에 말한 다윈의 말로서만 자연계를 본다면 자연계는 홉스가 주장함과 같은 비참한 수라항(修羅巷)도 아니며 또 루소의 눈에 비친 것과 같이 사랑과 평화의 낙원도 아니요, 사실은 그 쌍방을 겸전(兼全)한 것이라고 보는 편이 적당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편이 편이기 때문에 다윈은 생존경쟁의 원리와 설명을 자세히 하기 위하여 너무도 좁은 투쟁의 일면에만 몰두한 나머지 필요한 타 일면은 전혀 그늘 속에 묻어 버리고 말았다. 더욱이 다윈의 이론을 계승한 후세학자, 특히 '학스리'와 같은 사람은 아주 한쪽으로 치우쳐 순전히 생존경쟁의 원리뿐이 진화의 원칙이라 하여 동물계를 잔인한 투쟁의 수라항(修羅巷)을 만들어 놓았다. 그리하여 인간계도 또한 이 원칙에 따라 "타인을 망하게 하지 아니하면 타인에게 자기가 망한다."는 극단의 설까지 토(吐)하였다.
그러므로 생존 경쟁뿐을 주장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인생은 다만 강하고 민첩한 자가 승리자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어느덧 홉스의 말에 환원하고 말았다. 근대의 제국주의 사상은 실로 이 참담한 생존경쟁설이 실제 인심을 지배하게 된 데서 나온 과실(過失)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근대인의 사회관은 생존경쟁 우승열패의 원리에 입각한 점이 많았다.
(다음 "제4절 상호부조설로 본 사회관"에 계속)